세상에 온통 흥겨움으로만 가득 찬 음악이 있을까. 처음 들어도 친근한 음률과 익숙한 비트에 어깨가 들썩이고, 반복해서 들을수록 공감이 가는 가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음악.
3인조 혼성 댄스그룹 거북이의 음악이 바로 흥겨움으로만 가득 찬 음악이다. 가요계에 데뷔한 지 벌써 7년. 1~2년도 아닌 오랜 기간 흥겨움만 갖고 인기를 이어갈 수는 없었을 터. 거북이는 3가지를 버리고, 그 빈 자리를 팬들의 사랑으로 채웠다.
거북이에 없는 3가지 중 첫 번째, 그들에게는 ‘꽃’으로 시작하는 미남ㆍ미녀가 없다. 오죽하면 1집 제작에 참여했던 제작자들조차 “그 외모로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을까. 또 없는 것은 사랑과 이별 노래다. 그 덕분에 우울함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0일 5집 <싱랄라> 로 돌아온 후 10일 만에 각종 인터넷 가요순위 상위에 오르며 또 다시 ‘뽕 댄스(트로트 댄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거북이를 만나봤다. 싱랄라>
팬들이 거북이에게서 느끼는 친근감, 유쾌함의 근원에 대해 정작 자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팀의 리더인 터틀맨(38)이 랩을 하듯 특유의 말투로 대답했다. “거북이의 음악은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생활하면서 겪는 경험을 그냥 담은 것이기 때문이죠. 가슴 아픈 이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같이 해보지도 않은 경험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오로지 저희의 경험만 꾸밈 없이 음악에 담는 거죠.” 터틀맨의 말이 끝나자 보컬을 맡고 있는 금비(26)가 화려한 음색을 입힌다.
“저희 음악은 떡볶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쉽게 접할 수 있고 별 거부감도 없잖아요. 하지만 곡의 일부분만 들어봐도 거북이 음악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일반적인 음악과는 차별화된 맛이 있거든요.” 이어 중음의 여성 래퍼 지이(28)가 2%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멤버들끼리 친한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워낙 뒤에서 욕하는 성격도 아니고, 처음부터 친해서 싸운 적이 없어요. 오빠(터틀맨)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었고, 전 소속사와 (계약위반) 소송에서 패소해 4억을 물어주는 시련을 겪으면서 더 끈끈한 무엇인가가 생겼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음악을 더 흥겹게 하는 것 같아요.” 작사와 작곡을 도맡아 음악의 큰 틀을 결정짓는 아빠(터틀맨)와 집안 살림을 알뜰살뜰 챙기는 맏언니(지이), 다소 엉뚱한 재롱둥이 막내(금비)까지, 이들은 동료라기보다 한 가족이었다.
테이프나 CD에 신곡을 담지 않고 MP3 파일만 내놓는 게 요즘 세태인데도 거북이는 굳이 CD와 테이프를 고집했다. 터틀맨(38)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테이프 재킷을 들고 사인 받으러 오시는 화물차, 버스 기사분들이 많아요. 차에서 들을 수 있는 게 테이프와 라디오 뿐인데 제작비가 많이 든다고 테이프를 만들지 않으면 그분들은 저희 음악을 어떻게 듣겠습니까”라며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가요계 불황이라고 부정적인 측면만 드러내는 뮤지션들에게 “자기들이 음악을 안 할 것도 아니면서 음반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장사가 안 될수록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물건을 내놔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이번 5집에 담은 거북이의 새 상품은 어떨까. 터틀맨의 설명대로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을 거북이풍의 ‘뽕 댄스’ 리듬에 담았다. 내용은 역시 친근하다.
타이틀곡 <싱랄라> 는 즐겁게 노래한다는 것을 표현한 곡이고, 후속곡인 <오방간다> 는 젊은 세대가 흔히 쓰는 감탄사 ‘오방’을 넣어 흥겹게, 혹은 전후좌우에다 중간까지 다섯 방향 어디든 간다는 의미다. 는 남을 속이고, 인생을 껄렁하게 사는 세상의 모든 양아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오방간다> 싱랄라>
연륜이 쌓이면서 가사의 내용도 조금씩 깊이를 느끼게 하고는 있지만 “10년 후에도 뽕 댄스를 고수하겠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거북이 음악의 고갱이는 역시 흥겨움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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