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28일 새 정부 초대 총리로 한승수 유엔기후변화 특사를 지명, ‘정치력있는 총리’ 보다는 ‘일 잘하는 총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이 공약한 ‘일류국가’ 와 ‘세계7대 강국’을 견인하기 위해 자원외교가 가능한 경제적 전문성과 외교적 역량을 갖춘 인물을 발탁한 것이다.
이 당선인은 대변인이 통상 총리 지명사실을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미국식으로 본인이 직접 한 지명자를 소개했다. 이 당선인이 한 지명자에게 거는 기대와 비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당선인은 학연ㆍ지연 등 개인적으로 별다른 인연이 없는 한 지명자를 발탁했다. “필요한 일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쓴다”는 실용주의 용인술의 단면이라고 할 만하다.
아울러 인선 과정에서도 한 지명자의 국보위 비대위 참여 경력이나 1997년 한보 부도사태 당시 부총리직 중도 낙마 및 이후 외환위기 책임 논란, 김대중 정권에서 외교장관 재임 사실 등이 약점으로 거론됐지만 ‘from now’(지금부터)라는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적 인사관을 뒤엎지 못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글로벌 마인드’와 ‘자원외교’를 총리의 역할로 언급했다. 한 지명자가 “국제적인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경제를 살리고 통상과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가장 적격자로 생각했다” 는 것이다.
주미대사, 외교통상부 장관, 재경원 부총리, 유엔총회 의장 등 화려한 경력이 이 당선인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측은 이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역할 분담 모델에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의 후 주석은 내정과 정무 외교 등으로 큰 틀에서 국정을 이끌고, 원자바오 총리는 아프리카와 러시아, 중동 등을 주유하며 경제ㆍ자원 외교를 담당하는 것을 벤치마킹 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당선인은 “과거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매우 화합적으로 일했다”며 ‘정무적 능력’도 거론했지만 역시 방점은 경제ㆍ외교에 찍혀있다.
사실 이 당선인은 당장의 정치적 목표인 총선 승리를 위해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총선형 카드로 내세우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자신의 경제구상을 실현할 ‘실무형 총리’로 U턴했다.
한편 이 당선인은 강원도ㆍ연세대 출신인 한 지명자의 기용으로 청와대ㆍ 내각 인선에서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정치권에선 경상도 출신 인사들와 이 당선인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박 전 대표의 이종사촌형부라는 점도 정치적으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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