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캐슬린 스티븐스(55)씨가 33년 전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충남예산중학교에 따르면 스티븐스씨는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처음으로 이 학교(당시 교장 전병호)에 배치돼 1년 간 영어를 가르쳤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온 그의 한국 이름은 ‘심은경’. 1976년 이 학교 졸업앨범에는 그의 앳된 사진과 이름이 실려 있다. 학교측은 스티븐스씨가 하루 2, 3시간씩 영어회화를 가르치며 정식 교사와 같은 예우를 받았기 때문에 졸업앨범에도 실렸다고 설명했다.
“첫 수업시간에 자신의 한글이름을 칠판에 한 글자씩 쓰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 모두 스티븐스가 아닌 ‘심은경 선생님’이라고 불렀죠” 당시 이 학교 3학년이었던 백원규(48ㆍ예산중 영어교사)씨는 학창시절을 이렇게 떠올렸다.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그를 처음 소개하던 장면, 수업시간에 온화한 미소를 짓던 얼굴, 학생들이 단체로 태권도를 배우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일, 수업이 끝나고 다른 선생님과 테니스를 치던 모습 등등. 난생 처음 외국인 스승을 만난 학생들에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백씨는 “예산은 물론 충남지역을 통틀어 첫 외국인 교사였을 것”이라며 “모든 게 낯설었겠지만 그는 누구와도 친해지려 했고, 한국문화를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당시 스티븐스씨에게 영어를 배웠던 까까머리 학생들은 중년이 됐다. 곳곳에 흩어져 살지만 백씨 외에도 3명이 예산중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백씨는 동창들과 함께 30여년 만에 ‘심은경 선생님’과 재회해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갖길 희망했다. 박종완 예산중 교장은 “스티븐스 대사가 부임하면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티븐스씨 역시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다”고 말해 부임 이후 예산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븐스씨는 75년부터 3년간 충남 예산, 부여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고문을 맡고 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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