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 방침을 명확히 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는데 빨간불이 켜졌다. 파행과 혼선을 피하기가 어려워 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라”고 말한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설사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노 대통령은 서명, 공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 당선인이 정상적 조각(組閣)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만약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다고 전제하면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고 서명만 보류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 당선인이 취임 후 서명해 공포하는 절차를 거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감안한다면 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국회에서 법안이 넘어온 지 15일 이내여야 하는 조건은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만약 개정안이 2월 10일 이후 정부로 이송되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없이 서명만 보류한다면 이 당선인이 취임 후 즉시 공포하는 방법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파행은 불가피하다. 법안이 공포된 뒤 장관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해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인사청문 기간이 20일 내 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여일간은 장관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를 최대한 빨리 한다 해도 10여일은 걸린다.
이 당선인이 2월25일 취임 즉시 법안을 공포해도 일정 기간 비정상적 상황은 피할 수 없다.
또 국회 통과 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심의를 요구하는 경우(법안 이송 뒤 15일 이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엔 여야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한다.
재의결하면 법안은 바로 공포된다. 그러나 이 때도 재심의를 요구하고 이를 재의결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특정할 수 없고, 인사청문 기간도 감안하면 출범 초기 파행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이 두 가지 경우도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혼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여야 합의가 안 된다면 최악의 경우 정상적인 장관 임명이 총선 이후 18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이 지나서야 가능할 수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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