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사우스캐롤라니아 예비선거에서 압승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영원한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JFK) 전 대통령의 후광까지 얻어 2월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비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가 27일 뉴욕타임스에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는 글을 기고한 데 이어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 오바마 의원을 공개 지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의 정치가문인 케네디가(家)가의 지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뛰어들면서 앞세운 ‘검은 JFK’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캐롤라인은 뉴욕 타임스에 실린 ‘내 아버지 같은 대통령’이란 기고문에서 “지난 수 년간 내 아버지가 국민에게 불어넣어 줬던 그런 희망과 영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이것이 내가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암살당한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아직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케네디가의 오바마 의원 지지는 단순한 상징적 차원을 뛰어넘는 현실적 힘이다.
특히 민주당 중진으로 40여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각종 민주당 정책을 주도해온 케네디 의원에 대해서는 오바마 의원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측에서도 끊임없이 구애를 했을 정도로 정치적 비중이 크다.
힐러리 의원측은 자신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케네디 의원이 오바마 의원 지지로 선회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에도 “당초 약속했던 대로 중립을 지켜달라”며 막판까지 호소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케네디 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의 오바마 의원 승리이후 민주당의 새로운 세대에게 정치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오바마 의원의 능력에 마음이 움직여 자신의 ‘중립 관행’을 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의원은 힐러리 의원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나치게 선거에 개입하는 데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오바마 의원이 지난 수년동안 케네디 의원 등에게 공을 들여온 이유는 케네디 전 대통령과 케네디 가문이 유지하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이나 노조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의원은 케네디 가문의 가세로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뉴저지, 애리조나주 등에서 힐러리 의원쪽으로 기운듯한 히스패닉을 돌려세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케네디 의원은 자신의 아성인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뉴욕주 등 인근 미 동북부 지역에서 유세를 통해 이 지역에서의 힐러리 의원 우세를 잠식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네디 의원은 구두 지지선언에 그치지 않고 28일 워싱턴에서 열린 오바마 의원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오바마 의원과 함께 서부로 날아가 캘리포니아 등에서 유세한 뒤 다시 미 동북부 지역을 공략한다는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케네디 가의 움직임에 놀란 힐러리 의원측은 뒤늦게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딸이자 메릴랜드주 부지사를 지낸 캐슬린 케네디의 지지 선언을 끌어내 맞불을 놓았으나 역부족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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