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집착이다. 서산에 해가 기우는 듯한 권력이 못내 아쉬운 것인지, 곧 자연인이 될 처지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 표현 연습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앞뒤가 닿지 않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짜증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긴급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분명한 반대의견을 밝힌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일로 보인다.
개편안이 내용 상 본질적 변화 없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 재의를 요구할 터이니 그런 일이 없도록 알아서 잘 하라는 뜻은 두드러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선 노 대통령이 우려하듯 국회가 개편안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경우는 하나 뿐이다. 의석분포로 보아 한나라당의 의욕만으로는 불가능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차기 야당과의 공감과 협상이 불가피하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노 대통령 앞으로 갈 때는 이미 국회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노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입법권자인 국회의 의사가 특별히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간 끌기는 가능하겠지만 기본 방향에 변화가 없다. 신당이 애써 마련한 수정안마저 무시, 국회 전체와 겨루자는 마당이니 신당 측의 공명(共鳴)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정보통신부와 여성가족부, 통일부, 기획예산처는 물론이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중요성을 들어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특별히 와 닿는 게 없다. 국가 수석공무원으로서 공직사회에 무성한 우려와 불만을 대표적으로 밝혔다는 의미에 그친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도 요령부득이다. 차기 정부의 국가운영 방침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야 자유지만, 새 정부가 기존 정부의 방침과 노선을 이어가는 게 원칙이라면, 주권자인 국민이 무엇 때문에 정권 교체를 택했겠는가.
새 정부는 철학도 없다고 단정하는 듯한 힐문과 추궁은 역효과를 낼 뿐이다. 사회적 의미를 띠지 못하는 개인적 의사표현은 이제 접고, 조용히 퇴진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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