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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단식 우승 이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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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단식 우승 이현일

입력
2008.0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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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드민턴 단식의 에이스 이현일(28ㆍ김천시청)은 지난 2004년 세계랭킹 1위에까지 올랐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정상의 자리는 달콤했다. 그만큼 추락의 아픔은 더했다. 이현일은 그해 열린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16강에서 태국의 다크호스 분삭 폰사나에게 일격을 당했다. 스스로 “덜미를 잡혔다”고 표현할 만큼 실망은 컸다.

‘날개 없는 추락’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현일은 지난해 1월 코리아오픈에서는 1회전 탈락의 충격을 맛봤다. 고교 2학년부터 10년간 달아온 태극마크가 갑자기 두려웠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표팀에서 뛰쳐나왔다. 주위의 반대는 심했다.

그러나 자신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5개월 동안 친구들과 스키도 타고, 그동안 못해 본 것들을 실컷 즐겼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열망이 다시 피어 올랐다. 대표팀을 이탈한 동안 세계 랭킹은 50위권까지 떨어졌다.

이현일은 김중수 감독을 찾아갔다.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사죄했다. 스승은 돌아온 제자를 아무 말 없이 껴안았다. 다시 라켓을 잡았다. 피나는 훈련이 시작됐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올해 처음 참가한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세계 톱랭커들을 연파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랭킹은 23위까지 올라왔다. 27일 막을 내린 코리아오픈에서는 ‘부동의 세계 1위’ 린단(중국)을 꺾고 마침내 2년 5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이현일은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최소한 동메달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아테네에서와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을 겁니다. 자신감도 많이 붙었기 때문에 현재 페이스만 유지하면 메달권은 가능합니다. ” 코리아오픈 우승을 차지한 이현일이 받은 휴가는 단 하루. 곧바로 29일부터 전남 장흥에서 시작되는 대표팀 합숙 훈련에 참가했다.

이현일은 코리아오픈 우승으로 9,200점을 획득, 14~15위권까지 랭킹을 끌어 올렸다. 오는 4월말을 기준으로 16위까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이현일은 남은 기간동안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 시드배정에 유리하도록 포인트를 최대한 따낸다는 계획이다.

야구로 치면 기교파 투수

이현일은 자신의 장점을 묻자 주저 없이 “침착함과 빠른 스트로크”라고 대답했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코스를 한 박자 빠르게 공략한다는 것이다. 야구로 치면 정통파보다는 기교파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왼손으로서 장점도 많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까다롭게 생각합니다. 또 왼손은 대부분 오른손 선수와 연습하는데 비해 오른손 선수들은 같은 오른손 선수들과 훈련을 하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이현일의 최대 약점은 부족한 파워다. 그래서 올림픽 때까지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등 체력 훈련을 집중할 생각이다. “특히 전성기에 비해서는 10~20% 정도 못 미친다. 그러나 경기 운영능력과 감각은 더 좋아졌다. 파워가 부족한 점을 최대한 장점으로 커버하겠다”는 각오다.

미래의 꿈은 지도자

이현일은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 실업 팀에서는 몇 년 더 뛸 생각이지만 국가대표로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다. “국내 선수층이 얇아 체계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선수 생활을 마치면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지도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현일에게는 또 다른 소망이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예쁜 여자친구와 웨딩마치를 올릴 계획이다. 몇 년 전부터 사귀어온 여자친구는 이현일이 대표팀을 이탈해 방황할 때도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돼줬다. 코리아오픈 우승 상금(2만700달러)을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이 “결혼하려면 부지런히 저축해야죠”라고 답했다.

긴 방황의 터널을 벗어난 이현일의 금빛 스매싱이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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