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교육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입 자율화 3단계 및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요약되는 양대 과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여론 수렴과 충분한 검토 등 좀 더 자세한 밑그림을 그려야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관치(官治) 중심의 교육정책을 탈피하겠다는 방향은 존중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대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현실 인식이 다소 안이한 듯 하다. 현직 교원의 66%가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콩나물 시루와 같은 학생 수, 능력이 천차만별인 우리의 학급 현실에서 인수위 정책은 당장 2년 뒤 실현되기 어렵다. 예산 확보는 물론 예비 교사인 사범대 교육 과정에 커리큘럼도 마련돼 있지 않다. ‘삼진아웃제’, ‘영어자격인증제’ 등 시작부터 채찍 위주의 내용을 언급하면 교사에 대한 옥죄기 정책으로 비쳐져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신형욱 한국외국어대 입학처장
“교육 현장에 자율권을 돌려 준다는 점에서 정책의 큰 틀에는 동의한다. 다만 새 정부가 여전히 교과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우수한 인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전반적인 개혁 방안들이 선발 체제 논의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보다는 평가에 의한 자기 기회만을 강화하는 역기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가령 수능등급제를 폐지하고 수능과목을 축소하겠다는 ‘대입 3단계 자율화’ 조치는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한 과열 경쟁을 유발하고 특정과목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 서열화는 공고해지고 대학간 공정한 경쟁의 룰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박권우 인천 숭덕여고 교사
“문제가 많았던 수능등급제 폐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공교육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새 정부 방침대로라면 ‘수시= 논술, 정시= 수능’의 공식이 굳어져 학교 교육의 핵심인 내신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가 실시하고 있는 ‘지역균형선발’ 제도처럼 대학들은 수험생들이 교과 성적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형안을 만들어야 한다. 내신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수능등급제와 마찬가지로 9등급제가 적용되는 학생부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영어 교육의 혁신을 절감하더라도 교사 충원에 얽매어 언어 능력만을 교사의 잣대로 삼는 것은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
●윤지희 교육과시민사회 대표
“초ㆍ중등교육 정상화와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 뚜렷한 방향이 설정돼 있지 않다. 개별 과제 해결에 집중하다 보니 역기능을 파생시키고 있다. 사교육비를 잡는다며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또 특목고의 문제점은 참여정부에서도 누차 제기돼 6월에 개선책이 나오기로 예정돼 있는데, 엉뚱하게 ‘자율형 사립고’라는 유사 특목고를 사교육 절감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일이다. 집권 세력에게는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정책을 집행해야하는 책임이 있다. 새 정부는 후보 시절의 공약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여론 수렴을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300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나 영어 공교육 혁신 방안 모두 학교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사교육이 필요없는 환경을 외부에서 찾았기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 구체적인 공교육 강화 방안을 토대로 학원에 안가게끔 하면 된다. 단 차기 정부가 임기 내에 모든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과욕을 부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급격한 변화는 교육 현장에 일대 혼란을 몰고와 계층간 위화감만 자극하게 될 것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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