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일산에서 서울 강남 근처로 나갈 때마다, 늘 갈등을 하게 된다. 강변북로를 탈 것인가, 올림픽대로를 탈 것인가. 내비게이션을 따로 갖추고 있지 않아서 앞의 도로 사정은 언제나 짐작할 수가 없다. 한데, 매번 운도 '지지리' 없어서, 강변북로를 타면 올림픽대로가, 올림픽대로로 진입하면 강변북로가 소통원활로 바뀐다.
'군대는 줄'이라는 격언처럼, 운전 역시 그야말로 줄 아니겠는가. 막히면 막히는 대로, 그저 팔자이거니 생각하면 좋으련만, 언제나 도로 곳곳에 설치된 교통상황판이란 것이 마음에 태클을 건다.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알려주는 교통상황판이라는 것은, 그 설치목적과는 관계없이, 때때로 운전자들의 마음을 충실히 뒤집어 놓는다.
십 분이나 차이가 나다니, 그냥 마포대교를 건너서 도로를 갈아탈까? 엊그제는 아내와 함께 천호동 근처까지 가다가, 그런 갈등을 하게 되었다. 친절한 교통상황판은 계속 나에게 도로를 갈아타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에라, 그러지 뭐. 십 분이나 차이가 난다니.
여의도 근처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핸들을 돌렸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간신히 다시 찾은 마포대교 위에서 삼십 분 이상 지체하고 말았다. 때론 정보가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대부분 타인의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기자신을 잃어버리는 데, 타인만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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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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