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보도된 대로 한승수 유엔기후변화 특사가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이 당선인은 어제 한 총리 후보자를 직접 소개하면서 "국제적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통상과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가장 적격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청와대와 내각, 국회, 유엔에서 쌓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높이 샀다는 얘기다. 자신과 직접 인연이 없는 한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이명박 실용주의의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한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되면 역대 총리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라 총리 자체의 독자적 업무를 갖고 국내외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자원외교 등을 그 역할로 든 바 있다. 참여정부의 분권형 실세 총리와도 다르고 다른 정부에서의 대독총리나 얼굴마담형 총리와 다른 개념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따라 총리실의 기능이 많이 축소될 상황이어서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자칫 있으나마나 한 총리가 되는 일이 없도록 총리의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당초 이 당선인 주변에서는 4ㆍ9총선을 염두에 둔 총리 감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거론되다 여의치 않자 '자원 외교형' 총리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많다. 헌법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한다'고 총리의 역할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
대통령제 하에서의 총리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지만, 그 역할과 지위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새로운 총리상의 정립에 기여해 주길 바란다.
한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큰 편향성이 없어 국회 청문회 등 임명동의 절차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그 절차가 늦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정부 조각 때는 김종필 총리 인준이 5개월이나 늦어져 파행을 겪은 일도 있다. 새 정부 조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원만한 국회 처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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