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추진할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계획이 29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이 프로젝트에는 2만명이 넘는 영어전용교사 확보, 영어 수업시간 확대 등의 교육과정 개편, 교육환경 개선 등 학교에서 영어 정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담겨 있다. 인수위 계획대로라면 향후 5년간 영어 공교육은 대변혁이 예상된다. 인수위는 여기에 총 4조원의 국가예산을 쏟아 붓기로 했다.
■ 교사 양성/ 영어 능통 주부·해외동포 보조교사 활용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을 갖춘 교원 확충은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의 핵심이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영어전용(TEEㆍTeaching English in English)교사 자격제’를 도입해 2013년까지 2만3,000명의 교사를 신규 채용한다는 구상이다.
영어전용교사는 2010년부터 전국 초ㆍ중ㆍ고에 우선 배치되며, 초등학교에 신규교사 1만명이 할당된다. 영어수업 시간 확대에 따른 조치다. 인수위는 중ㆍ고교에는 말하기ㆍ쓰기 등 실용 영어 수업을 강화하기 위해 1만3,000명을 채용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영어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며, 현행 임용고시 절차와 별도로 심층ㆍ구술면접 등을 통해 선발된다. 대상은 ▦테솔(TESOL) 등 국내ㆍ외 영어전문교육과정 이수자 ▦영어권 국가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영어 능통자 ▦교사자격증 소지자 ▦전직 외교관ㆍ상사주재원 등이며, 교사로서의 자질 검증을 위해 일정 기간(6개월 이내)의 연수를 거쳐 계약직 교육공무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인수위는 또 신규 교원들을 대상으로 계약(3~5년) 및 교사자격(5~10년) 갱신주기를 설정해 지속적으로 영어교육의 질을 담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어전용교사 양성에는 국고 1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현직 영어 교사에 대한 심화연수 기회도 크게 늘어난다. 인수위는 2009년부터 5년간 총 4,800억원을 들여 매년 3,000명(국내외 각각 1,500명씩)의 교사에 대해 심화연수(6개월~1년간)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심화연수는 국내 연수(5개월) 후에 국외 연수(1개월)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연수 대상자들은 해외 TESOL 등과 연계한 맞춤형 프로그램에 의해 집중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정규 교원인 영어전용교사와 별도로 영어에 능통한 대학생과 30ㆍ40대 고학력 주부, 해외동포 등도 ‘영어전용 보조교사’로 적극 활용된다.
인수위는 이들에게 학점 인정, 자원봉사 마일리지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농ㆍ어촌과 같은 교육 소외지역에 우선 배치 한다는 복안이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원어민 보조교사’에 대해서도 ‘채용→배치 전 연수→배치→적응지원’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지원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 영어 교육과정 개편/ 2010년부터 초등 영어수업 주당 3시간으로 늘려
우선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기존에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1시간씩 실시하던 영어수업이 2010년 3시간으로 늘어나고, 2011년부터는 주당 2시간인 초등학교 5~6학년의 수업시간도 3시간으로 확대된다.
인수위는 방과후 영어수업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2011년에는 영어 수업이 가능한 학급비율(초등학교 3학년 이상)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인수위는 이 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11년께에는 국내 초등학교의 전체 영어교사 3만2,300명 모두가 영어로만 수업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ㆍ고교의 경우에는 말하기, 쓰기 등 ‘실용영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수위는 2010년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로만 강의하는 영어수업을 본격화한 뒤 2012년에는 중ㆍ고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ㆍ실시할 방침이다.
인수위는 회화ㆍ작문 중심 수업을 강화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도 실용영어나 회화ㆍ작문 영역의 과목 선택을 늘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ㆍ고교를 합쳐 총 2만2,500여명의 교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3년(중학교는 2012년)까지 필요 인력을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수위는 실용 영어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영어 교과서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키로 했다. 영어교과서 인증을 시ㆍ도별 인정제로 전환해 교과서 사용의 자율성을 부여하며, 장기적으로 외국 교과서와 디지털 영어교재 등 다양한 교육 자료가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수험생 입시 부담 경감을 위해 말하기ㆍ쓰기가 강화된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도 계획대로 도입된다. 달라진 점은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평가하고 있는 읽기ㆍ듣기 영역은 등급제를 적용하고, 새로 추가되는 말하기ㆍ쓰기 영역은 공교육 영어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합격 여부만 판정할 방침이다.
영어능력평가 시험은 상시시험 체제로 운영된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입 수험생이 되는 2013년 듣기와 읽기 영역에 한해 첫 시험이 실시되고, 2015년부터 말하기와 쓰기 시험이 추가되면 완전한 형태의 ‘실용 영어’평가체제가 갖춰지게 된다.
■ 영어 친화적 지원체계 구축/ 시·군·구마다 어린이 영어 도서관 운영
인수위는 ‘교실 밖’ 영어교육에 대한 강화책도 제시했다. 교사 양성과 교육 과정 개편만으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회화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인수위가 제시한 ‘교실 밖’ 영어정책에 관해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거나, 기존에 거론됐던 아이디어들을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는 우선 ‘어린이 영어도서관 확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어 전문가들은 최상의 어린이 영어교육으로 영어 동화책 읽기를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웬만한 영어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 DVD 타이틀을 시중에서 구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웬만한 서민 가정 부모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인수위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영어전용 도서관에 영어책뿐만 아니라 영어 애니메이션도 맘껏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도구도 갖춰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영어의 바다에 빠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일단 시ㆍ군ㆍ구 단위별 어린이 영어도서관 운영 지원을 통해 영어 사교육을 흡수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시설 확보와 교재ㆍ멀티미디어 도구 마련에 드는 많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규 수업 외에 영어프로그램을 확대 지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방과 후 학교나 방학 도중에 이뤄지는 영어캠프 등을 활용해 흥미있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영어가 아닌 특기적성 수업, 가령 요리나 악기연주 수업이라도 강사가 영어로 가르칠 경우엔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중ㆍ고교의 비어 있는 교실을 개조(리모델링)해 ‘영어사용 전용구역’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방송과 인터넷을 활용해 무료 영어학습 환경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EBS를 통해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변 학교와 연합해 종일반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농어촌 학생이나 도시 저소득층 학생에겐 바우처(프로그램 무료 수강권)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방과 후 학교나 바우처 지급은 이미 현 정부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기존 제도와 차별화된 점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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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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