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큰 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뤄짐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이구택 회장은 최근 열린 자사 CEO포럼에서 올해 세계 2대 철강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현재 인도사업의 겪는 어려움을 이 고사성어로 대신했다.
이 회장은 "인도 사람들도 현지에서 사업하는 것이 답답해 다른 나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인도로 가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원이 부족한 포스코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해야 한다"며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인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68년 '제철보국(製鐵報國)'을 목표로 내걸고 영일만 바닷가에서 출발한 포스코는 '불혹(不惑)'의 나이가 되는 올해를 '신화창조의 원년'으로 선언,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포스코의 글로벌 초우량기업 부상 의지는 이 회장의 말처럼 확고하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한번 맘먹은 프로젝트는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글로벌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베트남에서, 멕시코에서, 그리고 인도에서 포스코는 쉼없이 달리고 있다.
창립 40주년을 맞는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투자규모는 6조7,000억원이며, 계열사와 해외법인까지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는 8조원을 넘는다. 연결기준 투자액은 지난해 투자집행액(3조8,000억원)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여기에는 국내외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매출액 34조3,000억원(국내외법인 연결기준), 영업이익 5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조강생산량은 3,470만톤으로 아르셀로 미탈에 이은 세계 2위의 철강업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수립했다.
이구택 회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그 동안 포스코는 단순히 철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니라 철강불모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림으로써 국민에게 꿈을 주는 기업상을 실현해 왔다"며"새로운 비전 아래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단순한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 지사나 공장을 세우는 것을 글로벌화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진정한 글로벌화는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마인드, 인재, 일하는 방식,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경영목표를 달성해낸 것처럼 올해도 여건은 어렵지만 창사 40주년에 맞춘 제2의 신화 달성은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건설과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고성장세가 지속되는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국가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해 향후에는 국내외 전체 생산규모를 5,000만톤 이상으로 늘린다는 야심이다.
이들 전략시장에 대한 투자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2006년 중국 장가항에 스테인리스 일관생산 설비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 설비를 준공한 것은 처음으로, 연산 20만 톤의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청도포항불수강까지 포함하면 누계 투자비가 총 10억 달러를 넘어서 철강부문 최대 외자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8월에는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성장기지 구축을 위해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 붕타우성 푸미공단에 연산 12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을 착공했다. 베트남 프로젝트는 2단계 열연강판 연산 300만톤공장을 합치면 베트남 내 외자 유치로는 최대규모다.
냉연공장은 2009년 9월말 준공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에 쓰이는 냉연제품 70만톤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인 냉간압연강대 50만톤 등 연간 120만톤을 생산, 베트남과 동남아지역에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북중미 지역에 대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 멕시코동부 타마울리파스주 알타미라 항구 인근에 연산 40만톤 규모의 자동차용 고급소재인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도 짓기 시작했다.
2009년 6월 준공 예정인 이 공장은 아연도금강판과 함께 아연도금 후 고온 가열해 철-아연합금층을 표면에 형성시킨 아연도금합금강판 등 고급 철강재를 생산하게 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인도,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을 연계하는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 세계 초우량 철강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 "해외서 쇳물을" 인도 일관제철소 총력
포스코가 세계철강업계 '탑 2'로 올라서기 위해 인도의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프로젝트는 포스코가 글로벌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5년 6월 세계 철강 역사상 최초로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인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다른 나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은 세계 철강업계에선 유례없는 일이다. 포스코의 인도프로젝트는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산 1200만톤 규모로 인도 오리사주 500만평 부지에 들어서게 될 인도제철소는 투자액만 120억달러에 달한다. 2005년 6월 오리사주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포스코는 그 해 8월 현지법인 포스코-인디아(India)를 설립했다. 또 인도 정부로부터 원료 수송을 위한 철도사용권을 획득했고, 민관철도건설사업에도 10%의 지분을 사들였다.
제철소 부지 전체에 대해서는 '특별경제구역' 승인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최대 15년간 법인세를 50∼100% 감면받고, 원자재 및 원료에 대한 관세나 소비세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인·허가 과정이 복잡해 통상 2년 이상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 최종 승인도 획득했다. 이로써 올 4월 창립 40주년에 맞춰 성대한 착공식을 갖고, 2010년 첫 쇳물을 뽑아내려는 구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포스코가 인도를 선택한 것은 철강산업의 글로벌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기 위한 것이다. 치솟는 국제 원자재가격을 속수무책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포스코로서는 자체 광산을 갖지 못한 물리적 한계를 새삼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인도 프로젝트는 '쇳물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라는 모토에서 비롯됐다. 인도는 11억에 달하는 인구를 갖고 있는데다, 매년 철강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
인도는 9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3%대의 저성장에 그쳤지만, 이후 경제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을 통해 2007년에는 1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하지만, 낮은 인건비의 숙련된 인력과 철광석 등 양질의 지하자원이 풍부해 브릭스(BRICs) 국가 중에서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는 현지에서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해 인도 정부로부터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6억톤의 철광석 광권을 확보한 상태다.
인도제철소에 대한 포스코의 의지는 대단하다. 이구택 회장이 수차례 인도를 방문, 압둘 칼람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나 지원을 얻어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에서 이사회를 열 정도로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