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신설될 금융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이 깊고 뜨겁다.
시민단체의 ‘모피아 부활론’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관치금융 가능성’ 제기까지 더해져 논쟁이 한층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 부처는 금감원의 주장을 ‘밥그릇 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에 대한 ‘무소불위’ 권한으로 집약되는 금융위원회가 산고(産苦)를 치르는 것은, 이 기관이 앞으로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관치’와 ‘밥그릇’을 외치며 다투는 상황에서, 정작 금융정책 및 감독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장 참가자들(금융회사)의 입장은 무엇일까.
한국일보 금융팀은 27일 12개 금융회사(은행 4, 저축은행 2, 증권 2, 보험 2, 카드 2) 담당 임원 및 팀장에게 긴급 설문을 실시, 금융위 논란에 대한 관전평을 들었다.
◆ 원칙은 민간 주도
감독권한 행사 주체에 대해 절반(은행 3, 카드 2, 증권 1)이 ‘민간기관 전담’에 찬성했다.
자율성 제고 및 시장 지향적 금융산업 발전,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 정책 변화로부터의 독립성 유지와 전문성 필요, 정부조직은 금융산업의 역동성 따라가기에 역부족 등이 이유였다.
이들은 민간 전담이 ‘시장 친화적’이라는 입장에도 동의했다.
3곳(은행 1, 저축은행 1, 증권 1)은 상호 보완을 전제로 한 ‘정부와 민간 합동’을, 보험회사 두 곳은 감독권한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며 ‘정부조직 전담’을 택했다.
한 저축은행은 “과거와 달리 정부조직도 서비스 마인드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정부조직 전담이 시장 친화적”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9곳(은행 4, 저축은행 1, 증권 2, 카드 2)으로 압도적이었다.
견제와 균형이 핵심 논리였다. 그러나 보험회사 2곳과 저축은행 1곳은 유기적인 일관성, 책임 있는 감독기능 수행을 들어 정책과 감독을 한 조직 안에 둬야 한다고 답했다.
감독권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5곳(은행 2, 저축은행 1, 증권 1, 카드 1)이 현재의 감독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금감원 일원화와 금융위원회 일원화는 각각 3곳으로 비슷했다.
금융위원회 일원화에 대해선 “금융개혁 과정에서 일정기간 일원화이지만 장기적으로 분리될 것”(은행)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특히 보험회사는 소수 의견(감독권한 금융위원회 일원화, 정부의 감독권한 행사가 시장 친화적, 정책 및 감독 이원화)에 손을 들어주는 경향을 띄었다.
◆ 금융위원회 신설은 찬성
대다수 금융회사는 민간 주도의 감독 형태와 정책ㆍ감독의 이원화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각론에선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신설 방침에 대해 8곳(매우 찬성 1, 찬성하는 편 7)이 찬성으로 기울었고, 반대표는 증권 2곳(반대하는 편)과 은행 1곳(절대 반대)뿐이었다.
‘금융위원회 설립으로 관치금융 폐해가 우려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5곳이 관치금융을 염려한 반면 4곳은 관치금융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3곳은 아예 대답을 회피(모르겠다)했다. 행여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미운 털이 박힐까 염려하는 금융회사의 절박한 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금융위원회에 대한 기대도 많았다. “일방적인 톱 다운(Top-Down) 방식은 자제하고 시장 목소리 경청”, “감독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은행), “금융산업 국부(國富) 창출 위해 인프라 구축에 집중”(카드), “규제보다는 영업 활성화에 주력”(저축은행), “시장 친화적 관점 유지”(증권), “정치논리보다 고객의 입장을 먼저 고려, 규제 선진화”(보험) 등이었다.
다만, 한 은행은 “금융위원회 신설을 절대 반대하므로 바라는 것도 없다”고 답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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