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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착오' 비참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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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착오' 비참한 말로

입력
2008.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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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미군의 침공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다가 축출돼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후세인 전 대통령을 생전에 심문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조지 피로 특별수사관은 27일 밤(현지시간) 방영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에서 "후세인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도를 잘못 간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소개했다.

피로 수사관은 후세인이 자신에게 "당초 부시 대통령이 지난 98년의 제1차 이라크 전쟁 때처럼 이라크에 본격적으로 진격하지 않고 수일간 공중폭격을 실시하는데 머물러 정권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오판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했다.

미군은 첫 이라크 전쟁 시 영국군과 함께 수도 바그다드 등 전략 요충에 한해 4일 동안 폭격을 가했었다.

때문에 후세인은 그런 정도의 미군 공격이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피로 수사관은 설명했다.

또한 후세인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한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이들 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문제의 의혹을 역이용하려 했다가 화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세인은 FBI 신문 과정에서 화학무기 등의 개발 의혹을 통해 자신의 '강인한' 이미지 극대화를 연출해 과거 전쟁까지 벌인 지역 라이벌 이란을 견제하려 했지만 오히려 미군의 전쟁 명분을 도와준 셈이 됐다.

당시 후세인은 최근 거짓으로 판명된, 부시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이 이라크 침공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935차례나 되풀이한 의혹 제기에 말려들었다.

그는 대량파괴무기의 개발을 공개 부인했지만 유엔에 의한 사찰에 협력하기를 거부해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켜 미군의 군사공격에 동조하도록 만들었다.

후세인은 화학무기 등을 보유하지 않음을 확인치 못한 이유로 "대량파괴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밝힐 경우 이란이 재차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다만 피로 수사관은 미군의 침공 무렵에 후세인이 실제로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재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고 실제로 생화학무기와 핵폭탄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자들을 확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주도한 다국적군은 후세인 정권을 타도한 뒤 이라크 국내를 샅샅이 뒤졌으나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후세인은 90년 쿠웨이트 침공을 감행하게 된 배경에 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는데 쿠웨이트 국왕 셰이크 자베르 알 아메드 알 사바가 이라크 여성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게 직접 계기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피로 수사관은 전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알 사바 국왕은 이라크와 유전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이라크 여성이 10달러를 받고 몸을 파는 매춘부가 될 때까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격분, 쿠웨이트에 진격했다는 것이다.

후세인은 정권 붕괴 후 도피생활을 하다가 2003년 12월 이라크 북부 고향 티크리트 부근의 지하실에서 숨어있다가 검거됐다. 그는 재판에 회부, 대량학살에 연루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레바논계인 피로 수사관은 아랍어에 능통한 FBI 요원 가운데 유일하게 바그다드에서 2004년 1월부터 7개월간 계속된 미군 당국의 후세인에 대한 신문에 참여했다.

피로 수사관은 노회한 후세인을 신문해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 극히 어렵다고 판단, 부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고위 특사로 행세하면서 일련의 장시간 대좌 동안 믿음을 주도록 노력해 그의 진술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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