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에서 '물갈이'는 경우에 따라 친(親) 이명박계와 친 박근혜계 간 갈등을 폭발 시킬 뇌관이다.
일단 적절한 수준의 물갈이는 불가피하다는 당위론 차원의 공감대는 있다. 여당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안정 과반 의석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춘 물갈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더구나 친이 친박 간 물갈이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너무 크다. 친이 측 한 핵심 인사는 27일 "물갈이 폭을 정해 놓고 공천심사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도 "예년의 사례는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당은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들은 "최소 40% 이상은 물갈이 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미로 충분히 해석된다. 17대 총선 물갈이 수준이 그 정도였다.
반면 친박 인사들 기류는 다르다. 자연스런 물갈이는 불가피하겠지만 현재 거론되는 물갈이론은 의도가 불순하다는 인식이다.
친박계 한 인사는 "분명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른 물갈이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대대적으로 갈아치워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든가, 40%를 짜른다든가 하는 식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17대 총선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친박 인사들을 몰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동향이 감지된다"는 등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향후 실제 공천에서 대폭 물갈이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양대 계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마당에 섣부른 물갈이로 파국의 위험을 자초하느니 안정되게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측 간 적절한 수준의 공천 보장에 대해 상당한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정 반대의 전망도 나온다. "최소한 17대 총선 수준인 40% 이상 물갈이는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친이와 친박 간 극도의 긴장 관계가 역설적으로 물갈이 폭을 넓힐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예컨대 친박 의원 한 명이 물갈이 대상이라면 친이 의원 한 명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이든, 친박이든 각 계파 지분 내에서 각각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 비율을 비슷하게 맞추는 방식이 된다면 물갈이 폭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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