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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문장청소년 문학상/ 펜 끝서 꿈이 빛나고, 백지 위에 날개를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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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문장청소년 문학상/ 펜 끝서 꿈이 빛나고, 백지 위에 날개를 펴다

입력
2008.01.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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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청소년들의 열정과 재능 앞에 ‘문학의 죽음’은 한낱 수상쩍은 풍문에 불과했다. 국내 유일의 청소년 문학사이트 글틴(teen.munjang.or.kr)의 ‘연중 글쓰기 대축제’ 코너엔 지난 한해(2007년 1월7일~2008년 1월6일) 동안 시 2,487편, 이야기글 478편, 생활글 356편, 비평ㆍ감상글 261편 등 총 3,582편이 응모됐다. 비범함을 숨길 수 없어 비죽 튀어나온 ‘송곳’들의 숲에서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제정한 문장청소년문학상은 행복한 고민 끝에 제3회 수상작을 냈다.

최고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 수상작엔 오수인(필명 허공ㆍ명일여고 2학년)양의 이야기글 <폭식증> 이, 한국일보 사장상엔 최성열(필명 르샤마자끄ㆍ부산 다대고 2학년)군의 생활글 <세번째 교과서> 가 선정됐다.

4개 부문별 우수작에 주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은 추진수(필명 오백원ㆍ부산 대연고 2학년)군의 시 <냉장고> , 권수진(필명 느루ㆍ대구 정화여고 3학년)양의 이야기글 <바보를 위하여> , 김은휼(필명 미랑ㆍ울산 한빛고 2학년)군의 생활글 <내 나이는 4일입니다> , 김동원(필명 동녘담ㆍ대원외고 2학년)군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에 대한 비평ㆍ감상글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의 출발> 에 돌아갔다.

23일 열린 본심에선 시인 장철문(생활글) 박성우(시), 소설가 전성태(이야기글), 평론가 고봉준(비평·감상글)씨와 글틴 편집위원(박상률 좌백 김주환) 등 7명이 심사를 맡았다. 월장원 작품과 본심위원 추천작에서 추려낸 17편이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예년에 비해 글의 완성도와 진정성이 한층 성숙된 까닭에 후보작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다”는 일치된 견해를 내놨다. 반면 참신한 소재나 치열한 주제의식을 앞세우다보니 개개 단어와 문장을 다듬고 정리하는 일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시상식은 30일 오후3시 서울 대학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미술관 3층 강당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겐 상장과 기념패, 장학금 50~100만원이 주어진다.

2005년 6월 글틴 사이트 개설과 함께 제정된 문장청소년문학상은 명실상부 최고의 청소년문학 공모전으로 우뚝하다. 내로라하는 청소년 문사들이 모여 필력을 겨루면서 투고작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 편집위원은 “서로의 작품을 철저히 리뷰하기 때문에 으레 있을 법한 표절 작품이 극히 드물다”고 귀띔했다.

글틴 회원 사이엔 경쟁만큼이나 문학을 통해 나누는 우정도 뜨겁다. 특히 매년 초 응모기간 마감 후 주ㆍ월장원을 차지한 학생들은 문학나눔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학캠프’에서 살가운 문우(文友)의 정을 나눈다. 올해 캠프는 10~12일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 문화관광부 장관상 ‘폭식증’ 오수인

손댈 곳 없이 탄탄한 구성, 거듭된 습작으로 익혔을 노련한 전개, 오탈자를 찾을 수 없는 꼼꼼한 퇴고…. 심사 현장에서 오갔던 격찬을 전하자 오수인 양은 쑥스러워 하면서 “쓰는 것보다 퇴고하는 데 시간을 더 오래 들인다”고 말했다. 문장청소년문학상 최고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의 영예를 차지한 오양은 “다른 공모전 세 군데서 입상한 적은 있지만 1등상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그것도 도무지 10대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글을 쓰는 글틴 친구들을 제치고 받다니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 <폭식증> 은 사라진 애인에 집착하며 무섭게 먹어대는 여자 보험판매원 ‘나’의 이야기다. 애인이 계속 전화를 안받자 ‘나’는 하고픈 말을 녹음기에 쏟아놓는다. 그 와중에 몸은 불고, 주변의 비웃음은 늘고, 실적은 곤두박질한다. 애인의 전화번호가 결번됐음을 안 날 ‘나’가 녹음기에 남기는 이야기엔 독자를 털썩 주저앉힐 만큼 힘센 반전이 있다. 오 양은 <폭식증> 이 고독에 관한 소설이라고 했다. “착상 계기랄 건 없고 ‘군중 속 고독’을 생각했다. 고독이 타인에 대한 기대 심리를 부르고, 그 기대가 그것을 악용하는 자에 의해 더 깊은 고독으로 변하는 과정 말이다.”

올해 고3이 되는 오양은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소설가가 되려 한다. 그는 “말보단 글이 편하다는 생각에 편지쓰기를 좋아한 것이 결국 소설을 쓰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도 많을 땐 편지지 20장을 손글씨로 빼곡히 채워서 친구에게 건네곤 한다는 그는 “내가 쓴 소설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쓴 편지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오양이 꼽은 최고의 소설은 <어린 왕자> . “문학은 상처에서 태어나 치유를 향한다고 생각한다. 균이 든 주사로 면역력을 기르듯 고립과 아픔을 보여주는 것도 치유의 방법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 처럼 든든히 기댈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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