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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 비평] 태안보도서 빠진 '광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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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 비평] 태안보도서 빠진 '광고주'

입력
2008.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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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이미 점령당했다. 광고주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지면을 빌어서 그 폐해와 해결책에 대해서 논의 하고자 한다.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크게 태안으로 향하는 자원봉사자의 긴 행렬과 생계가 막막한 지역 주민들의 걱정으로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가 막힌 환경 재앙을 불러온 책임자들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도 없다. 태안 주민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의 원인 제공자인 삼성중공업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그 피해보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신문과 방송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휴머니즘적 보도 프레임만이 전부이다.

이는 5대 광고주로서의 삼성의 영향력에 의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2005년도 언론인 의식조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해석이 무리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전국의 통신ㆍ방송ㆍ신문사 기자 930명과 온라인 기자 1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단을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순서대로 세 가지를 골라달라’는 질문에 광고주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다음으로는 사주ㆍ사장(오프라인 43.6%, 온라인 53.9%)이었고 세 번째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응답이 각각 편집ㆍ보도국 간부(43.4%)와 기자 자신의 자기검열 및 조직 내적 구조(48.1%)로 엇갈렸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의 광고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음에 기인한다. 신문사의 경우 광고 수입 비율이 조선일보가 55%로 가장 높으며, 다른 신문사도 40%를 넘었다. 광고 수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무가지가 지하철의 아침을 여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해서 박사급 기자들과 정론지로서 유명한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광고 수입 비율이 20%며 신문 판매수입은 50%를 넘는다. 르몽드지의 기자들이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바로 높은 신문판매수입과 낮은 광고수입비율에 있다.

광고주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바른 보도를 위해서는 독자층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이 아닌 질적 변화가 요구된다. 언제부터인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증가한 지면 수를 채우기 위한 각종 홍보성 기사와 가십성 기사를 대폭 줄여야 한다. 무한대의 정보를 재생산해내는 인터넷과 정보의 양을 두고 경쟁해서는 안 된다.

신문은 처음으로 돌아가 정보제공자 보다는 여론의 풍향계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며, 기사의 심층성과 논리력 면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떠나간 독자들이 아침 식탁 앞에서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신문을 펼쳐 들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권의 독립을 위해서 광고주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물론, 다매체의 무한 경쟁 체제 안에서 주 수입원으로 이미 자리 잡은 광고수입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론지로서의 언론을 기대한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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