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닮은 듯 다르다. 금감원 전신의 하나인 은행감독원이 한국은행과 한솥밥을 먹었고, 정부와 민간 양측에서 독립성을 보장 받는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반면, 양 측은 갈등의 골도 깊다. 금융회사 검사권을 둘러싸고 마찰과 파행이 되풀이됐다. 이를 두고, 한은 출신 금감원 인사는 “한은과 금감원은 오랜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금융위원회 신설을 둘러 싸고 금감원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는 요즘, 한은은 심정적으로 금감원 편에 서 있다.
한은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새 정부 금융감독기구 재편안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은 고위 인사는 “시장 자율을 외치는 새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이중 수검(受檢)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 부처 공무원들이 새 정부 개편안에 대한 금감원의 반발을 “금감원의 밥 그릇 이기주의”라며 매도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한은이 금감원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동병상련, 혹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측면이 있다. 과거 재무부와 유사한 막강 권력의 금융위원회가 탄생할 경우 금감원은 물론 한은의 입지도 크게 위축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인사는 “지금도 금감원에서 자료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 금감원이 금융위 통제에 놓이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금융위가 한은 업무에 사사건건 개입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4월 금융통화위원 3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도 우울하다. 전례를 볼 때 추천권과 무관하게 3명 모두 최종 임명권을 갖는 청와대나 경제 부처 입맛에 맞는 이들이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장 제청권은 물론, 임원 임명권까지 금융위원장에게 넘겨준 금감원과 처지가 비슷한 셈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