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7대 총선 때도 물갈이는 단연 화두였다. 특히 당시 곤경에 빠졌던 한나라당에서 물갈이 폭이 컸다.
한나라당은 당시 현역 의원 149명 중 60명(40%)이 공천 대열에서 탈락했다. 주요 3당 중 물갈이 폭이 가장 컸다. 이중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급 의원이 무려 27명에 달했다. 특히 지역별로 볼 때 텃밭인 영남 지역(64명)에서 28명이나 물갈이가 됐다.
당시 대선 패배에 이어 이른바 '차떼기' 대선자금 파문 등 잇따른 악재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서 한나라당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탄핵 역풍으로 총선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어려움도 있었다. 당의 생존을 위해선 과거와의 단절과 쇄신을 명분으로 물갈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61명 중 20명(33%)이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20명 중 비례대표 의원(10명)의 탈락규모가 절반에 달해 실질적 물갈이 수준은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민주당을 깨고 나온 열린우리당은 전체 의원 47명 중 13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현역 탈락율이 28% 수준이었다. 당시 총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던 열린우리당 측은 "물갈이 대상은 민주당에 남겨놓고 왔다. 우리당은 대부분 젊은 초ㆍ재선이어서 바꿀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당시 주요 3당의 공천에서 전체적인 현역의원 물갈이 수준은 32% 정도였다.
이 같은 공천을 거쳐 실제 총선에서는 당선자 299명 중 초선이 188명(63%ㆍ비례대표 포함)으로 3분의 2 가량을 차지했다. 우리당이 당선자 152명 중 초선 108명이었고, 한나라당은 121명 중 초선이 61명이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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