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다보스 포럼이 5일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폐막했다.
이번 포럼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와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인류가 당면한 핵심 이슈를 토의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상들과 장관 및 재계 인사 2,500여명이 스위스의 작은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 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동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선진국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유명 경제학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 전격 단행한 긴급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인플레를 유발해 또다른 버블을 키울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제창한 ‘빈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거의 유일하게 주목 받은 대안이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를 통해 전세계 금융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세계적 차원의 금융규제기관 설립 등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지만 실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와 관련 정반대로 대응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는 “우리의 나침반에는 하나의 바늘(물가)만 있다.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사이에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역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무기력한 선진국들 사이에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권은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과 인도측 참석자들은 미국의 경제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일정한 영향을 받겠지만, 양국의 급성장 및 무역의 대미 의존도 감소 등을 들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회장도 근본적으로는 아시아와 미국 경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지만, 그 영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협력적 혁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는 당면한 경제위기 외에도 기후변화, 에너지ㆍ물 부족, 테러 등 전지구적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지도력을 공동 구축할 필요성도 논의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물 부족’을 올해의 글로벌 최우선 과제로 정한 뒤 포럼에 참석한 세계 각분야 지도급 인사들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개막 직전 세계 증시 동반 폭락의 충격과 24일 밝혀진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6조원대 금융사고 등으로 관심이 온통 경제에 쏠리면서 이 같은 이슈는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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