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는 밝혀졌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SG)에 금융 사상 최대 손실을 안긴 혐의를 받고 있는 트레이더 제롬 케르비엘(31)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범죄 과정은 의혹 투성이다. 핵심은 ‘과연 한 사람이 이처럼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까’ 이다.
무엇보다 케르비엘이 선물 투자로 날린 손실이 71억2,000만달러(6조7,390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라는 점이 의문이다. 더구나 SG는 프랑스 최고의 금융기법 및 시스템을 자랑해왔다. <더 타임스> 는 이날 “프랑스 금융당국은 혁신과 위험회피 기법에 있어 성과를 인정 받아온 SG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사기금융만으로 이런 엄청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는지 경영진에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더>
SG는 이에 대해 “케르비엘이 금융사기 행각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실제 손실이 크게 난 것은 올해 초였고, 19~20일 긴급 진행된 내부조사에서 손실의 전모를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G의 이런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더욱이 케르비엘은 금융거래 경력이 불과 2년밖에 안된 평범한 직원인데다 범행 이유도 석연치 않다.
때문에 SG가 자신들의 다른 대규모 손실을 이번 사건에 슬쩍 끼워 넣었거나 사고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까지 포함시키려 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외신들은 주주행동주의 단체 대표인 디디에 콜라르도가 “케르비엘은 희생양이며 은행이 뭔가를 속이고 있다고 확신한다. 경찰이 은행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전했다.
사건 자체에 대한 의혹뿐 아니라 SG발 금융 충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29억9,000만달러의 손해를 본 SG는 이번 사기사건까지 포함해 총 100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입게 됐다. SG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80억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 조달에 착수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선제 대응에 나섰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협약이 시행되면 직원들의 투자손실 위험이 추가돼 우리도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금융사기 사건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수익성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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