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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장률, 이제 그만 솔직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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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장률, 이제 그만 솔직해지자

입력
2008.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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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민간 경제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경제 불안 우려를 직접 챙기고 나선 지난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 인사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

"인수위가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6%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지난해 진정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서브프라임 사태가 심각해지고 모노라인(채권보증회사) 부실 문제도 생겼다."

만약 이 말을 곧이 곧 대로 받아 들인다면, 인수위의 안일한 상황 인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숱한 경고를 해왔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재앙이다." "최소한 올 상반기나 연말까지, 길게는 2~3년 동안 파장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유독 인수위만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될 거라고 판단했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따져 묻고 싶다. 10년 전 외환 위기도 위기 경고를 무시했던 정부 관료들의 안일한 상황 판단에서 비롯됐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인수위의 인식이 그 정도로 수준 이하일 거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지금 글로벌 경제의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성장률 목표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에서 다소 나마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일 테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만 솔직해졌으면 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법. "7%는 임기 5년간 평균 목표일 뿐 첫해는 6%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 "연평균 성장률이 아니라 잠재 성장률을 7%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수위의 면피성 발언은 자칫 새 정부에 대한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고해성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자칫 5년 내내 거짓 변명으로 일관해야 할 수도 있다.

이영태 경제산업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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