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꿈나무 육성이란 사명감 때문에 배구를 그만 둘 수 없습니다."
회갑을 넘긴 배구감독이 야간엔 경비원까지 겸직하면서 초등학교 신생 배구부를 전국대회 정상에 올렸다.
주인공은 광주 서구 치평초등학교 여자 배구부 정상진(61)감독. 정 감독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8회 칠십리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에 '손녀뻘'인 선수들과 출전,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12월 배구부를 창단한 뒤 불과 2년 1개월여만의 거둔 쾌거다.
김병선 박삼용 박선출 장소연 등 전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르쳤던 그는 환갑을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직접 공을 대주고 스파이크를 때려 수비를 가르치며 배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늘어난 만큼 정 감독의 어깨엔 계급장처럼 파스가 늘어나지만 배구 꿈나무를 키우는 재미로 힘든 줄도 모른다.
배구심판 등 30여년간 배구계에 몸담으며 인연을 맺은 광주배구협회 관계자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이 학교 창단 감독을 맡은 그는 아이들에게 직접 라면을 끓여 주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에겐 보약도 지어주는 등 정성을 다해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정 감독은 "최고 수준의 평균 신장(166㎝)으로 블로킹이 좋고 속공까지 구사하는 초등학교 배구부는 우리 팀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즌 첫 우승을 계기로 전국대회 5관왕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탓에 학교 숙직실에서 생활하는 그는 밤에는 경비원으로 변신, 손전등을 들고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때론 청소까지 하며 1인2역을 하고 있다.
정 감독은 "감독과 경비를 하면서 유능한 선수를 육성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좋다"며 "당장의 성적보다는 중ㆍ고교에 진학해서도 대성할 수 있는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를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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