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어쩌다가 이런 정책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참담한 마음 감출 수가 없다. 정말이지 한 번 묻고 싶다. 그것이 정말 영어 때문에 생긴 문제인가.
가슴에 손을 한 번 대고 대답해보자. 지금 영어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영어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가. 사실 그것은 모두 인정욕망 때문이 아닌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타자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의 발현 탓이 아닌가.
그것이 과도하게 영어에 집중되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던가. 한데, 그 집중을 이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몰입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모두 한 가지 욕망을 향해 달려나가면, 그 욕망이 사라질 것 같은가. 모두 부자가 되면, 사람들은 부에 대한 욕망을 마음속에서 거둬들일 것 같은가.
아니, 오히려 더 큰 욕망이 작동되지 않는가(우리가 가난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부에 집착하듯). 작금의 영어 문제는, 국가가 조금 더 무관심해져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모든 욕망이란, 국가에서 개입하는 순간, 더 확대되고, 한도 끝도 없는 인정투쟁의 장으로 나아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니, 영어도 그 꼴이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정지역의 발음만 더 유창해질지 모른다. 그건 종부세로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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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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