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무너졌다.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27ㆍ스위스)가 4대 메이저테니스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한 건 무려 3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5월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에 패한 뒤로 내리 10번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래서 ‘무적’ ‘황제’ ‘역대 최고’라는 최상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스포츠에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 마침내 테니스황제의 위용을 거꾸러뜨린 차세대 테니스 스타가 등장했다.
세계랭킹 3위 노박 조코비치(21ㆍ세르비아)가 세계최강 페더러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꺾었다. 조코비치는 25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페더러를 3-0(7-5 6-3 7-6<7-5>)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지난 해 9월 US오픈 이후 메이저대회 2연속 결승행.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사상 9번째로 결승전까지 6경기 동안 단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이며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에 도전하게 됐다. 조코비치는 27일 저녁 준결승전에서 나달을 꺾고 올라온 프랑스의 신성 조윌프리에 송가(38위)와 격돌한다.
역대 전적 1승5패의 절대 열세. 거기에 바로 직전 메이저대회인 지난 해 US오픈 결승전에서도 0-3 완패를 당한 상대가 바로 페더러였다. 당시 1,2세트 모두 듀스까지 가는 접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불과 넉 달 여만에 조코비치는 황제를 꼼짝없이 괴롭힐 만큼 성장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출전한 쿠영 클래식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중도 기권하는 등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은 세계랭킹 1,2위인 페더러와 나달이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을 낳은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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