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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모아의 청소년' 남태평양 섬엔 사춘기 성장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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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모아의 청소년' 남태평양 섬엔 사춘기 성장통이 없다

입력
2008.0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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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미드 지음ㆍ박자영 옮김 / 한길사 발행ㆍ384쪽ㆍ2만3,000원

청소년이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환경이나 사회적 제도에 의해 얼마나 좌우되는 것일까.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 ‘인류학의 어머니’ 로 추앙 받는 마거릿 미드가 남태평양 미국령 사모아에서 현지조사를 거쳐 1928년 발간한 이 책은 문화가 개개인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책이 나올 당시 미국 사회는 청소년들에게서 관찰되는 공통의 어려움과 사회부적응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때 지배적인 이론은 정서적 어려움과 반항적인 태도는 청소년의 신체적 발달에 따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 미드는 정말 미국의 청소년들이 겪는 일탈적 행위가 교육이나 환경변화로 치유할 수 없는 선천적인 것인지 증명하기 위해 사모아로 떠났다.

미드는 사모아 소녀들을 만난 후 청소년기에 접어든 소녀들과 그렇지 않은 소녀들간의 차이는 신체적인 것일 뿐, 다른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즉 사모아 청소년들에게선 미국 청소년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발견할 수 없었다.

책은 사모아 소녀들이 정서적 어려움으로부터 해방된 이유에 대해 우선 단순하고 동질적인 사모아 문화를 든다.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20세기 미국 문화에선 청소년들이 상충하는 수많은 기준들 가운데 하나만을 빠른 시일 안에 선택하라는 사회의 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사모아 문화권에선 가치관과 역할이 명백하고 획일적이기 때문에 청소년의 선택범위가 좁을 뿐 아니라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지가 잘 정의돼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미국의 경우보다 덜 갈등을 겪는다는 얘기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거주양식, 사생활의 비밀이 없는 가정생활, 강렬한 감정을 기피하는 태도, 모에토톨로(은밀한 강간)를 비롯한 개방적인 성의 태도 등도 사모아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덜어준다.

미드는 이 책을 통해 ‘질풍노도’가 문화적 조건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저작은 근대화의 터널을 벗어나 현대화의 고속철에 올라탄 미국사회에서 만연하던 청소년 문제가 치유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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