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골로 '사서 고생' … 삶의 등불 찾았어요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 전파를 위해 떠났다가 순교한 스페인 중서부도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인 ‘카미노데 산티아고’의 여행기 <산티아고의 두 여자> 의 저자 권현정(39ㆍ왼쪽)씨와 구지현(35)씨는 베테랑 방송작가였다. 산티아고의>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도 아니고 산티아고라니… “파올로 코엘로의 ‘순례자’를 읽고 책 속에만 있는 가상의 길이라고 생각했지요. 800km 넘는 거리를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무작정 걸을 때는 혹을 지고 세상을 걷는 낙타 같은 심정이었다고 할까요?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죠”
이 책에서는 여행지로는 아직 생소한 카미노데 산티아고에 대한 정보를 얻기보다는 저자들 내면의 성찰과정을 음미해볼 만하다. 출발지인 생장 피드포르에서 해발 1,430m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 하루 25km씩 4주 이상 꾸준히 걸어야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
예컨대 걸음이 느린 구씨는 앞서가는 권씨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냈는데 그 때 “왜 이렇게 빨리 걷느냐”는 외국인 여행자의 지적을 받고 “오랫동안 삶을 지배해왔던 ‘속전속결’을 내려놓고 싶어 이곳에 왔는데 하루종일 속도에만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고백한다.
결혼 10년차로 아홉 살, 여섯 살 두 딸과 두 달 이라는 긴 기간 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던 권씨는 “가족에게도 나에게도 그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마흔을 앞두고 성공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보다는 내 삶의 등불 같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놓는다.
10년 전 지방도시의 풍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만난 두 사람은 필이 통하면 서해안이나 강릉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나거나 하다못해 새벽 양수리행이라도 해야 하는 여행친구가 됐다.
1주일간의 일본여행말고는 장기간 떠난 여행은 없었던 두 사람에게 이번 여행은 특별한 여행이 됐다. 여행기 뿐 아니라 다음달 선 보일 카미노데 산티아고를 여행하는 두 여자의 사랑과 진실을 소재로 한 두 사람의 장편소설은 또 하나의 결실.
가장 많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계층이 20,3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여행 베테랑들의 충고는 새겨들을만하다. “풍물과 유적지를 보는 관광은 단순한 기분전환 밖에 주지 못한다”며 “자신을 바꾸거나 최소한 바뀔 수 있는 출발점에 서고 싶다면 산티아고로 떠나라.”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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