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물러난 자리에는 젊음의 패기가 넘쳐 흘렀다.
27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를 꺾고 올라온 21세의 ‘신성’ 노박 조코비치(3위ㆍ세르비아)와 랭킹 38위로 시드 배정조차 받지 못했지만 준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을 3-0으로 완파한 조윌프리에 송가(23ㆍ프랑스)가 맞붙었다.
세계 1,2인자를 나란히 쓰러뜨리고 올라온 두 선수는 ‘젊은 피’의 힘을 보여줬다. 조코비치는 점수를 얻을 때마다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와 쏙 빼닮은 송가는 코트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혈기를 발산했다.
결국 최종 승자는 황제를 무릎 꿇린 조코비치의 몫이었다. 조코비치는 1세트를 내준 뒤 내리 남은 경기를 따내 3-1(4-6 6-4 6-3 7-6) 역전승을 거두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3시간10분여에 걸친 명승부. 조코비치는 2002년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세르비아 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낸 주인공이 됐다.
조코비치는 스물 한 살에 메이저대회 첫 트로피를 차지했다. 페더러는 첫 우승을 일군 2003년 윔블던오픈 당시 22세였다. 페더러는 그 뒤 5년 가까이 독주 체제를 유지했다. 이날 우승한 조코비치와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인상적인 공격 테니스를 펼친 송가의 가세로 올시즌 남자테니스 판도는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을 띄게 됐다.
한편 26일 끝난 여자단식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5위ㆍ러시아)가 안나 이바노비치(3위·세르비아)를 2-0으로 꺾고 메이저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오픈 7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우승. 27일 혼합복식 결승에서는 순티안티안(중국)-네나드 지몬지치(세르비아)조가 사니아 미르자-마헤시 부파티(이상 인도)조를 2-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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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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