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단] 생인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단] 생인손

입력
2008.01.25 15:16
0 0

- 김승희

손가락 하나를 앓으면서부터

다른 것들은 다 배경으로 물러선다,

시퍼렇게 파도를 몰고 달려오는

한 고통의 기세등등, 의기양양 아래

달도 달빛을 잃고 장미꽃도 영혼조차 없어졌다,

생인손도 아프지만

하나의 고통이

다른 모든 고통을 지배하는 것은 더 무서워,

그렇게 당신은 나의 생인손이다

세상에는 당신 밖에 보이지 않고

다른 생의 가치들은, 뼈들이 녹는 비누의 시간이다,

하늘 아래 홀로 번쩍이는

시퍼런 생인손 아래

연보라색, 진보라색, 흰 보라색, 노랑 보라색

제비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거짓말처럼 피어났다 스러진다

▦1952년 광주 출생 ▦서강대 국문과 교수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왼손을 위한 협주곡>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 등 ▦소월시문학상, 고정희상 등 수상

<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