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희
손가락 하나를 앓으면서부터
다른 것들은 다 배경으로 물러선다,
시퍼렇게 파도를 몰고 달려오는
한 고통의 기세등등, 의기양양 아래
달도 달빛을 잃고 장미꽃도 영혼조차 없어졌다,
생인손도 아프지만
하나의 고통이
다른 모든 고통을 지배하는 것은 더 무서워,
그렇게 당신은 나의 생인손이다
세상에는 당신 밖에 보이지 않고
다른 생의 가치들은, 뼈들이 녹는 비누의 시간이다,
하늘 아래 홀로 번쩍이는
시퍼런 생인손 아래
연보라색, 진보라색, 흰 보라색, 노랑 보라색
제비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거짓말처럼 피어났다 스러진다
▦1952년 광주 출생 ▦서강대 국문과 교수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왼손을 위한 협주곡>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 등 ▦소월시문학상, 고정희상 등 수상 냄비는> 빗자루를> 왼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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