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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만화가 사랑한 미술' 이 만화… 그 명화 닮았네

입력
2008.0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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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석 지음 / 아트북스 발행ㆍ320쪽ㆍ1만6,000원

정말 그랬다. ‘우리 만화에도 이렇게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품이 많구나!’

<만화가 사랑한 미술> 을 내놓은 만화이론가 박창석씨는 책에 소개한 참고 만화작품을 모두 국내 만화에서 선별한 이유를 “독자들이 우리 만화에도 이렇게 예술적이면서 독특한 만화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썼다.

만화와 미술의 비교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만화가 사랑한 미술> 은 선입견이 슬쩍 부끄러워질 정도로 읽고 보는 재미가 별나다.

만화 이론과 미술사에 두루 밝은 저자는 만화를 읽는 방법으로 만화 속의 미술적 요소들을 찾아내고 미술작품을 닮거나 차용하거나 혹은 패러디한 만화들을 원작과 비교 감상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유명한 석판화 <절규> 와 조훈의 <덤벨 컬(dumbell curl)> 을 비교하는 식이다.

뭉크의 그림에서 세상과 단절하고자 하는 화가의 절박함은 조훈의 만화에서 절규 대신 몸짱 세태를 풍자하는 갈구의 이미지로 패러디된다. 민중미술가 오윤의 <사상체질도> 에서 볼 수 있는 거친 목판화기법은 성폭행 당한 소녀가 자살을 택하는 이야기를 담은 옥상헌의 만화 <16세>에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드러내기 위해 절묘하게 차용된다.

만화는 한번 보고 던져버리면 그만이라며 그저 재미로만 만화의 가치를 판단했던 사람이라면 책 갈피 마다 알뜰하게 담긴 만화 이론의 풍요함에 새삼 놀랄만하다. 그림과 달리 읽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만화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 장치이면서 만화의 말풍선 하나, 사소한 선 하나가 사실은 얼마나 치밀한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지 알려준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생소하지만 신선하고 예술적인 아이디어와 재능이 넘치는 한국 만화가들의 작품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늘을 나는 종이비행기 처럼 자유를 꿈꾸지만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흥업소 접대부의 일상을 다룬 박흥용의 <돼지의 날개> , 자아분열 혹은 일상에 대한 편집증을 다룬 이애림의 <파라노이아> , 남녀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김수박의 <진실의 바다> 등의 만화들은 비록 몇 장면만 소개됐지만 저자의 친절한 해설에 힘입어 독특하고 기이한 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해준다.

미술평론가 성완경씨는 추천사에서 “서양 미술가들의 작품과 한국 만화가들의 만화를 일대일로 대응시켜 한국 만화의 예술성을 새롭게 탐색해냈다”고 썼다. 부록 ‘이 작가의 이 만화만은 꼭 보자!’는 책을 통해 한국 만화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흥분한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듯 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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