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해외 금융시장에서 초대형 악재가 잇따르면서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SG)이 최근 49억유로(약 71억달러)규모의 손실을 입는 사상 최악의 금융사고가 발생,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부실 후폭풍으로 촉발된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
SG는 이번 금융사고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20억5,000만유로(29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포함, 총 69억5,000만유로(100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입게 됐다고 2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SG는 성명을 통해 “선물 딜러 직원 한명이 회사의 보안시스템의 정보를 이용해 한도 이상으로 선물에 투자해 이 같은 손실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25일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와 금융권은 “올해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으로 수출전선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EU마저 금융위기에 휩쓸릴 경우 대선진국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행히 이날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29.41포인트(1.77%) 상승한 채 마감, 국내 증시는 유럽의 금융쇼크 보다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SG사건이 가뜩이나 허약해진 국제 금융시장에 또 다른 쇼크를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희남 재경부 국제금융과장은 “SG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불안한 국제금융시장에 새로운 대형 악재가 돌출한 것인 만큼 사태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G 금융사고가 전세계 실물경제의 침체로 연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의 관건은 프랑스가 얼마나 빨리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행히 이번 사고 직후 SG는 55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는 안전성 강화 조치를 취했다. 또 연간 예상 순이익인 6억~8억유로 중 45%를 배당하겠다고 발표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면서 주식시장의 초기 충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월가에서 이번 사건을 놓고 주요 선진국 금융감독당국 간의
허술한 공조체제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
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금융전문 인터넷사이트 마켓워치는“지
난 21일 아시아 증시 폭락 사태는 미국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SG
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 증시파생상품에 투자했던 자금 369억달러를
일시에 거둬들이면서 벌어진 것”이라며“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사태를 오판해 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하는 무리한 정책
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프랑스 간의 정보 교류 부족이 미국으로하여금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쓰게 만들어 향후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초대형 금융사고가 EU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우리나라 3대 교역 파트너 중 미국과 EU 두 경제권이 동시에 경기침체를 겪는다면, 수출이 버팀목인 우리 경제는 큰 충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SG사고가 유럽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질 경우 유럽 금융회사들의 국내기업과 금융회사들에 대한 대출 자금상환 요구 및 만기연장 불허가 우려된다. 현지 진출한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거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ㆍ스페인과는 달리 올해 비교적 건실한 성장이 기대되던 독일ㆍ프랑스 중 한 국가에서 예상치 못한 대형 금융악재가 발생해 전반적인 EU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은 수년간 연간 13~14%의 높은 신장률을 보여왔는데 만일 이 지역의 수출증가율이 올해 한자리수로 떨어진다면 무역수지 등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