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와이즈먼 지음ㆍ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16쪽ㆍ1만3,800원
객관적으로 사유하고 검증하는 이성의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감각적이고 즉물적인 가치가 앞서는 21세기. 현실을 비틀 것인가, 꿰뚫어 볼 것인가. 지금, 문제는 그것이다.
일탈의 힘은 강렬하다. 1987년 펩시콜라 캐나다 법인의 사장 취임식장. 짧은 연설을 마친 후 갑자기 모의 기관총을 집어 들더니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코카콜라 자판기에 난사, 행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기발한 이벤트 덕에 그는 람보라는 별명을 얻고, 요지부동의 코카콜라를 따라잡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계적 광고회사 ‘사치(Saatchi)&사치’의 CEO 캐빈 로버츠의 별난 과거다.
‘별나다, 기이하다’란 영어 단어가 쿼크(quirk)다. 영국 허트포드셔 대학 심리학 교수이자 프로 마술사인 리처드 와이즈먼은 거기에 학(學)을 뜻하는 접미어를 붙여, ‘괴짜심리학(quirkology)’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거짓이나 비정상의 본질을 읽어 낼 때, 진실이 보인다는 것이다.
군소 학술지의 기고문들을 묶은 이 책은 매우 구체적이다.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그가 행한 기발한 조사와 실험들은 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인간의 본심을 꿰뚫는다.
서양에서는 13번지의 집값이 떨어지고, 동양의 병원에는 4층이 없다. 과연 미신일까? 그러나 괴짜심리학자들이 700만명의 병원 기록을 분석한 결과, 매달 4일에는 동양계 미국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13일의 금요일에는 교통 사고가 52% 증가했다. 미신에 집착하다 보니 긴장이 야기돼, 결국 진짜 불행을 불러 온 것이다. 미신이 사람을 죽인 셈이다.
미팅에서 상대의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쪽은 남자라는 속설과 달리, 첫인상에 사로잡히는 쪽은 여자로 드러났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분위기 있는 음악을 버리고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공포 영화를 보라며 괴짜심리학자들은 충고한다. 주식투자 전문가, 점성가, 4살 짜리 아이가 투자 대결을 벌였더니 꼬마 – 점성가 – 전문가의 순으로 나왔다는 실험 결과 앞에서 합리주의는 고개도 못 든다.
이들의 실험은 우울한 진실과도 통한다. 삶의 속도가 과거보다 얼마나 더 빨라졌는지 실증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바쁠수록 또 사는 형편이 나을수록 불친절하다는 결과다. 책은 32개국에서 실시된 생활 속도 실험의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상위 10개 도시는 싱가포르 – 코펜하겐 – 마드리드 – 광저우 – 더블린 – 쿠리타마(브라질) – 베를린 – 뉴욕 – 유트레히트(네덜란드) –비엔나의 순으로 집계됐다. 신흥 개도국들이 빠른 속도로 우울의 행진에 따라붙고 있다는 결론이다.
책에 따르면 유머의 가장 큰 적은 종교다. 책은 “유머를 즐기기 위해서는 장난을 좋아하고 모순을 받아들이며 불확실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종교적 근본주의자가 되는 사람은 빈약한 유머 감각 때문”이라고 단언, 근본주의의 시대를 향해 뼈 있는 발언을 한다. 8세 때 처음 본 마술에 넋을 뺏겨, ‘강렬한 직관’의 세계인 마술에 빠진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녹아 있다.
'직관의 두 얼굴'데이비드 마이너스 지음ㆍ이주영 옮김 / 궁리 발행ㆍ468쪽ㆍ1만8,000원
직관. 관찰이나 사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각 알아채는 능력이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숨지기 전 인터뷰에서 “나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본능은 가장 큰 의논 상대”라고 한 말은 직관의 존재를 압축한 말이었다. 힘인 동시에 위험인 직관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직관을 두고 “사고의 복잡한 연산을 무의식의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고 규정한다. 중증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좌ㆍ우뇌를 분리했더니 왼손과 오른손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동한다거나, 양쪽 귀에 서로 전혀 다른 내용을 동시에 들려주었는데 의미 있는 정보로 조합해 낸다(‘점화 효과’)는 등의 사례가 그 힘을 말해준다.
그러나 직관은 무책임하다. 얼굴이 긴 사람은 공정하지 않다는 식의 허황된 고정 관념을 따르게 하고, 확률 게임인 도박과 복권에서 허우적거리게 하는 것 역시 직관이다. 경력보다 관상을 더 중시하는 면접관, 미신의 성행 등도 일상에서 확인되는 직관이다.
마이어스는 비영리단체 직관 네트워크(www.intuition.org)로, 와이즈먼의 그의 홈 페이지(www.quirkology.com)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전파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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