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의 총리와 각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인선 스타일을 보여줬다. 인사에서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숙고형 스타일에다 직접 면접이라는 파격을 보여준다. 과거의 ‘인연’ 보다 현재의‘필요’를 더 중시하는 실용주의 인사 스타일이다.
이번 인선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 당선인이 지난 한달 동안 후보자 20여명을 직접 만나 1~2시간 동안 자유롭게 얘기를 나눈 것이다.
정부의 인사자료나 정보기관의 존안자료를 토대로 총리나 각료를 확정한 뒤 추후 통지하는 방식과는 달리 본인이 직접 심층면접을 통해 인물의 됨됨이와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 등을 판단하고 사람을 뽑는 ‘CEO형 용인법술’이다. 이에 따라 발표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김영삼 전 대통령식 ‘깜짝인사’는 없다.
오히려 후보를 압축해 어느 정도 언론에 노출시킨 뒤 여론의 반응까지 충분히 살피는 스타일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당선인은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이 중요한 정책에 관해 뜻이 맞는지를 철저히 알고 나서 함께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 통의동 집무실에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를 면담한 것도 그 일환이다. 물론 이 당선인은 각 분야 전문가인 후보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정운영의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비서실 관계자)고 한다. 면접을 제안할 때 “꼭 인선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또 인사 구도를 먼저 짜놓고 각각의 자리에 필요한 전문성 뿐만 아니라 상호 보완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측근들 사이에서 “특정 자리의 적임자로 여겨졌던 인물을 기용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면 전체 판이 흔들린다”(정두언 의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총리와 비서실장, 각료, 청와대 수석 등을 모두 고려한 사실상의 퍼즐 맞추기식 인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철저한 보안과 교차 검증으로 이어진다. 여러 팀에 인사 안을 맡기되 서로 비밀을 철저히 유지케 해 A팀에서 하는 일을 B팀과 C팀이 알지 못한다. 이 당선인은 원로그룹과 소장파그룹 등 여로 경로를 통해 인사 의견을 수렴해 후보군을 압축한 뒤에는 핵심 정책참모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 등과 최종 압축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인사에 있어서도 일과 능력이 최우선 기준이다. 측근들이 1936년생인 한승수 특사에 대해 ‘올드보이’라고 규정하자 이 당선인은 “일이 중요하지 나이가 문제가 되느냐”고 일축했다고 한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선임할 때 국보위 전력이 문제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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