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혐오증이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정책방송(KTV), 국정브리핑 등 관제(官制) 언론을 만든 것이었다. 기성 언론이 내 말을 그대로 옮겨주지 않으니 정부 스스로 언론이 돼서 할말을 하겠다는 논리였다. 이들 매체는 지난 5년 동안 철저하게 정권홍보 및 언론비판에 매달리면서 노 대통령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았다.
이에 이명박 당선인은 “국정홍보가 정권홍보와 언론탄압에 몰두한 탓에 정작 중요한 국가홍보체제는 붕괴됐다”며 홍보처와 KTV 폐지를 공약했고, 정부조직 개편에서 홍보처는 폐지됐다. 하지만 KTV 폐지방침은 최근 슬그머니 후퇴하는 분위기다.
박형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25일 “KTV를 폐지하겠다고 인수위 차원에서 밝힌 적 없다. 문화부로 편입한 후 공익방송 일원화 차원에서 아리랑TV 등과 함께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정브리핑에 대해선 “존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정권 홍보용으로 사용됐다는 게 문제이므로 개선책을 마련해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국정홍보의 기본방향은 각 부처의 정책홍보 기능을 강화하고 대언론 접촉을 늘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시청률 0.1%를 넘기지 못하는 KTV나, 공무원들만 찾는 국정브리핑은 필요가 없어진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연간 수백억원이다. 그런데도 유지한다면 당초 약속 위반이거니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 당선인의 국정철학에도 배치된다.
폐지를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막상 집권을 해보니 ‘정부의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아닌가. 혹 “운용을 잘 하면 되지 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KTV와 국정브리핑이 존재하는 한 새 정부도 현 정권과 똑 같은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부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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