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 지음ㆍ박성관 옮김 / 청어람 미디어ㆍ632쪽ㆍ2만3,000원
지(知)의 거인’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ㆍ68).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2001) <읽기의 힘, 듣기의 힘> (2007) 등의 저서에서 자신의 경이적인 독서규모와 독서방법을 소개하며 국내에서도 적잖이 화제를 모았던 그가 3만5,000권이 넘는 책읽기의 원체험을 공개한다. 읽기의> 나는>
독서이력이 쌓이기 시작한 시기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청춘표류기’였던 젊은 시절 그를 구원한 것은 책이었다.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잡지‘문예춘추’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저자는 책상 위에 쌓여가는 책을 보며 “읽고 싶은 책을 다 읽기 위해서는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주저없이 사표를 내던진다.
이후 도쿄대 철학과로 돌아가 작은 목조아파트에서 파트타임 일을 제외하고, 집과 학교만 오가며 책 읽기에 몰두한다. 독서량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니, 책이 늘어나 아파트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사가기 전 다다미를 들어보니 바닥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단다.
다카시의 지적체력은 이 시기 형성됐는데, 결국 제왕적 수상이었던 다나카 수상을 1974년 실각시킬 수 있었던 책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라는 결실로 이어진다. 다나카>
전방위적으로 뻗어있는 독서욕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적충격을 수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가령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를 비판한 이탈리아 사상가 비코의 책을 만났을 때 “하나의 철학적 인식축을 둘러싸고 등장한 새로운 사상가와 내가 이 시기에 잇달아 만나게 되었다…. 뭐랄까.
마음의 요동,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머리가 요동치는 경험이 일어났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접했을 때 “충격적이고, 그와 마주침으로서 내 인생자체가 크게 바뀐 그런 측면이 있다”고 했다.
책의 후반부는 ‘문예춘추’에 2001년 3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연재했던 ‘나의 독서일기’를 묶은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인간, 지구, 우주, 국제정치, 종교, 생명공학, 신화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식인인 그가 역사문제를 보는 관점은 주목할만하다.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정신분석> 이라는 책을 읽고, 신사참배에 대한 고이즈미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해 “도조 히데키에게 절하고 싶다면 자기 집에서 하기 바란다. 취미 문제니까. 야스쿠니>
히틀러가 좋다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그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걸 국가적인 사업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소개하는 책은 제목보다 훨씬 많은 1,000권을 헤아린다. 국내 번역된 책도 상당수다.
이 정열적 독서가의 독서체험을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목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류는 한정없이 ‘더 알고싶다’는 욕구의 충동질에 의해 여기까지 진보해온 것””더 읽고 싶은 책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바로 그 사실 자체가 지적인 인간에게 있어서는 살아있음의 증거”라는 그의 말에 동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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