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 활동이 26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 청사진 마련에 주력해온 그간의 활동에 대해선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인수위가 가시적 성과에 급급하거나 일부 구성원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인수위는 지난 한달간 국가 운영의 틀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데 주력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의 기조 아래 18부4처였던 중앙행정조직을 13부2처로 축소함으로써 정부의 몸집은 줄이면서 민간의 자율과 역할을 키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대불산업단지 내 전봇대 철거작업이 상징하듯 정부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2012년 이후 대학입시의 완전 자율화 등 지금까지의 정책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지난 10년간 자주외교와 남북관계에 무게를 뒀던 외교안보정책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4강 외교를 강화하는 쪽으로 옮아갔다.
인수위는 각종 사회적 갈등사안에 대해 이전 정부와는 달리 과감하게 결론을 내렸다. 새만금 부지의 용도 변경,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의 단계적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논쟁과 토론보다는 실적과 행동으로 평가 받겠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의 전형이다.
인수위의 이 같은 노력은 동시에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경우 28일까지 관련법을 처리해달라는 요구는 정치권의 반발에 부닥쳤고, 각 분야별로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정부조직의 근본 틀을 바꾸고 있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자문기구 성격의 인수위가 당장의 성과에 주력하다 보니 설익은 정책을 발표해 혼선이 가중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동통신요금 30% 인하, 신용 대사면 정책 발표 등이 단적인 예다. 검찰과 경찰, 노동부 등이 참여하는 ‘산업평화정착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침이 노동계의 반발로 수시간만에 철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제2분과 자문위원의 고액 투자자문 논란, 문화관광부 파견 공무원의 언론사 간부 신상명세 조사 지시 등은 인수위 업무 및 자체 검증 시스템의 구멍을 드러냈다.
물론 이 같은 논란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현 정부와 상당히 다른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수위의 활동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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