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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귀화 탁구대표 당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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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귀화 탁구대표 당예서

입력
2008.0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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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태극마크를 꿈꾸며 연습 파트너로 한국에 건너와 8년 만에 꿈을 이룬 여자탁구의 당예서(27·대한항공)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당예서는 얼마 전까지 탕나로 불렸으나 지난 22일 당예서(唐汭序)란 한국이름으로 바꿨다. 당예서는 깍두기 김치가 좋아 어머니에게 김장을 해달라고 조를 만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21일 만난 그는 또래들처럼 휴대폰으로 문자를 날리고 ‘얼짱’ 각도로 사진을 찍으며 해맑게 미소 짓는 모습에서 옆집 동생 같은 친근함이 풍겼다.

올림픽은 내 운명

허약한 체질 개선을 위해 6세 때 처음 탁구라켓을 잡은 당예서는 4년 뒤 장래희망을 ‘올림픽 진출’로 정했다. 자질은 충분했다. 그는 탁구인구만 1억명에 달한다는 중국에서 전국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재능을 인정 받은 그는 중학교를 마친 뒤 국가대표 양성의 산실인 베이징 올림픽선수촌에서 줄곧 생활했다. 청소년대표와 성인대표 25인에 뽑히며 4년 동안 활약했지만 폭 넓은 선수층 탓에 올림픽 진출의 꿈은 멀게만 느껴졌다. 당예서는 “당시 중국에는 올림픽대표선발전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자에게 선택 받는 3명만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자연히 도태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많은 선수들이 그랬듯 당예서도 귀화를 통해 올림픽 진출 꿈을 이어가고자 했다. 한·중 핑퐁커플로 알려진 쟈오즈민이 대한항공과 가교를 놓았다. 쟈오즈민이 99년 당예서에게 한국에서 충분히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고 권유,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홍콩 등에서도 구애의 손길이 있었다. 당예서는 “홍콩대표팀은 중국에 무조건 져야 하기 때문에 싫었다”며 한국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눈물과 함께한 8년의 기다림

하지만 근 8년 동안 태극마크는 둘째 치고 한국 국적조차 취득할 수 없었다. 한국으로 귀화하기 위해 5년간 한국에 머무르며 귀화시험도 쳐야 된다는 사실도 한국에 온지 3년 뒤에 알았다. 당예서는 “한국 국적을 따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며 “마음 속으로는 중국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당예서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준 이가 강희찬 대한항공 감독이었다. 강 감독은 트레이너 때부터 당예서와 함께하며 8년 동안 친오빠처럼 그를 도왔다. 특히 지난해 9월에 치른 귀화시험 통과를 위해 강 감독은 부인을 개인교사로 붙이며 정성을 들였다. 강 감독은 “지난 10월 주민등록 등 모든 접수가 마무리 돼 국가대표선발전 선수등록일을 가까스로 맞췄다. 일주일만 늦었어도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예서의 실력은 국내 최정상이다. 이제 올림픽 티켓만 남았다”고 말했다.

당예서는 세계 최정상급인 백핸드 쇼트를 주무기로 지난 20일 끝난 종합선수권대회에서 10전 전승으로 우승, 태극마크를 달고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하지만 태극마크의 기쁨보다는 올림픽 진출을 위해 이제 시작이라며 주먹을 불끈 줬다. 김경아(대한항공)와 박미영(삼성전기)이 이미 올림픽 진출은 쉽지 않을 전망. 남은 올림픽행 티켓 1장을 두고 이은희(단양군청)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필승전략은 관심법(觀心法)

그는 ‘시간은 금이다’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는 법이 없다. 2006년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당예서는 지금까지 남편과 함께 지낸 시간이 한 달에 불과하다. 2007년 2월 건강이 나빠져 한 달간 요양하며 남편과 지냈을 뿐이다. 이후 9개월여 동안 남편과는 하루에 딱 10분씩 통화한 게 전부다. 훈련 전념을 위해 남편의 한국행도 고사했다.

그는 누구나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습벌레’다. 숙면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훈련에만 매진한다. 숙소에 들어가서도 인터넷으로 중국선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상대 분석에 매달린다. 그리고 일기장에 선수들의 특징을 꼼꼼히 메모하는 동시에 상대를 이기기 위한 훈련방법 등의 전략을 짜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당예서는 “승리를 위해서 기술 연마보다 상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수 싸움이 치열한 탁구는 상대 마음을 읽는 게 승부의 관건”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심리학 책을 읽으며 심리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필승전략을 밝혔다.

인천=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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