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로 조합한 DNA를 세포에 넣어 인공생명체를 만든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25일 인공생명체 창조를 목표로 박테리아의 유전체(게놈)를 인공으로 합성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온라인에 발표했다. 생명공학 기술이 실험실에서 인공적인 방법으로 생명체를 만드는 단계에 이른 데 대해 윤리적 논란도 일고 있다. 사이언스>
<사이언스> 에 따르면 J.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연구팀은 가장 작은 생명체로 꼽히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Mycoplasma genitalium)의 DNA 일부를 바꿔서 인공적인 게놈을 만들었다. 사이언스>
연구소는 이 게놈을 살아있는 세포에 주입해 하나의 생명체로서 삶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인공 게놈이 세포를 움직여 완전한 유기체로 기능하는 단계는 아니어서 인공생명이 탄생했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생명체를 생산해내는 SF소설이 현실화할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이 연구소 창립자인 크레이크 벤터는 1990년대 민간기업인 셀레라 지노믹스사에서 국제 공동 프로젝트였던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경쟁을 벌인 주역이다. 이후 자신의 연구소를 차려 인공 생명체 연구에 매진해 온 그는 지난해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의 게놈을 세포껍질만 남긴 다른 박테리아에 그대로 이식, ‘박테리아 개종’에 성공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은 약 500개의 유전자와 58만개 염기쌍을 가진, 스스로 번식이 가능한 생명체 중 유전체 크기가 가장 작은 박테리아로 전립선염을 일으킨다.
작다고는 해도 이 정도 크기의 DNA를 통째로 생산해 낸 것은 무척 어려운 기술적 개가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합성한 DNA를 부분부분 이어 붙여 점점 큰 조각으로 만든 뒤 마지막에는 효모에 넣어 게놈 전체를 생산해 냈다. 지금까지 인공적으로 만든 DNA 크기는 염기쌍 3만개에 불과했다.
아직은 ‘인공 생명체’가 아닌 ‘인공 게놈’ 수준이지만, 연구팀은 “인공 생명체 창조의 3단계 중 2단계에 올랐다”며 조물주의 손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박테리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벤터 박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각종 질병이나 지구온난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박테리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연구논문의 책임자인 해밀턴 스미스 박사는 유전자를 분리하는 효소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 유전자재조합 기술도 처음엔 엄청난 사회적 논란에 휘말렸지만 현재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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