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유럽 사람처럼 산다면 세 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단 하나뿐인 지구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국제적 환경단체인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의욕적으로 펼쳐 온 '하나의 지구 살이(One Planet Living)' 운동이 잡고 있는 화두다.
에너지나 자원 절약, 쓰레기 줄이기,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 운동 등 전통적 환경운동을 훌쩍 뛰어넘어, 구체적 삶의 공간인 마을과 도시를 친환경 기준에 맞추어 건설하자는 운동이다.
■첫 성과는 2002년에 끝난 '베드제드(BedZED, 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 계획이다. 영국 런던 교외 서튼 지구에 완공된 베딩턴 마을은 82채의 단독주택과 17동의 연립주택 등으로 이뤄졌다.
이 마을의 주된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다. 태양 집열판과 풍력발전용 바람개비, 톱밥 등 목재가공 부산물 등을 태우는 열병합발전 시설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의존한다. 지난 5년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왔지만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친환경주택 10만호 건설 계획도 '베드제드'가 모태였다.
■'베드제드'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남쪽 '마타 데 세심브라'에 2만5,000명을 수용할 생태관광지를 세우는 계획으로 진화했다. 이 관광지구의 모든 주택과 호텔, 상점은 '제로 에너지, 제로 쓰레기'를 실현, WWF의 자체 기준을 충족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최근 아랍에미레이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미래에너지정상회담에서 모형이 공개된 '마스다르' 계획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부다비 동쪽에 6㎢ 규모로 건설될 마스다르(아랍어로 '원천'의 뜻)는 '제로 에너지, 제로 쓰레기'는 물론 '제로 자동차'까지 실현할 계획이다.
■인구 5만 명 규모가 될 마스다르시의 전력은 태양전지에서, 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탈염시설에서 얻는다. 도시 내의 녹지와 교외의 농작물은 하수를 재처리한 중수도로 공급된다. 2013년에 완공되면 태양집열판으로 덮인 저층 건물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두바이의 마천루와 묘한 대조를 이룰 전망이다.
어느 쪽이 나을까. '새만금을 두바이로' 등의 구호는 자주 들었다. 반면 그 많은 신도시를 건설하면서도 '제로 에너지' 도시조차 거론된 적이 없고, 새 정부의 개발 공약에서도 그런 흔적을 찾을 길 없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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