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찬밥' 신세 뻔한데 영어로 강의까지 하라니…
“학생 수가 적어 수업도 파행이 될 판인데 영어수업까지 하라니요. 당치도 않은 발상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차기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해 일선 고교 사회·과학 과목 교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한 톤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 과목 교사들은 인수위의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수능과 내신 반영 대학별 자율화→ 수능 과목 축소→ 대학별 신입생 선발 완전 자율화)을 ‘재앙’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12학년도 대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과학 탐구 영역과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 선택과목이 현재 최대 4개에서 2개로 줄어, 말그대로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어 과목 외 일반 과목도 영어로 수업을 하게 하는 영어몰입교육 방안도 이들 교사들에게는 이중고나 다름없게됐다.
이들은 이구 동성으로 “점수 따기에 유리한 특정 과목 편중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 A고 물리교사 B씨는 “수능 과목이 축소되면 쉬운 과목으로 학생들이 더 몰리게 될 게 뻔한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생각만 해도 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들은 더 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능 과목에서 빠지면 수업 받는 학생도 자연 줄게 돼 재계약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기간제 교사 C씨는 “인수위 발표 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살아 남기 위해 부전공 연수과정을 이수할 생각”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서울 D고 국사교사 김모씨는 “읽기와 문법 위주로 공부한 교사들이 영어로 자연스럽게 수업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영어에 익숙치 않으니 수업내용보다 말하기에 치중해 결국 부실 수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사회·과학 과목 교사들의 집단 행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K고 지리교사 강모씨는 “인수위 교육정책은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일절 반영하지 않았다”며 “개학을 하면 교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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