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창설된 사단법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야구 최고기구이자, 프로야구 8개 구단 공동운영의 연합체다.
현대사태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KBO는 특정 구단의 매각 등 중대사안이 생겼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로 나선다. 역대로 구단 매각은 KBO의 중재를 통해 원만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현 집행부는 현대사태를 1년 넘게 끌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KBO는 과연 뭘 했을까 하는 질타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의 운영과 관리를 총괄하는 KBO는 어떤 조직이며,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 더부살이에서 거부(巨富)로
84년까지 변변한 '집'이 없었던 KBO는 85년 빙그레(현 한화) 창단 때 지금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7층짜리 '내 집'을 마련했다. 빙그레는 가입금 30억원 대신에 건물을 지어 KBO에 기증했다. 제7구단 빙그레의 프로야구 참여를 계기로 가입금이 정례화됐다.
91년 제8구단 쌍방울은 40억원, 2000년 쌍방울을 해체하고 창단한 SK는 46억원, 2001년 해태를 인수한 KIA는 30억원을 납부했다. 80년대 초반 6개 구단 시절만 해도 더부살이를 하던 KBO였지만 새로운 구단들의 창단과 인수를 계기로 가입금을 받으면서 '거부'가 됐다.
KBO는 총재를 수장으로 하고 사무총장이 실질적인 운영 책임을 맡는다. 총괄본부장은 각 부서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조율한다. 직원들은 총괄본부장의 관리 하에 관리지원 부문과 운영홍보부문으로 나뉜다.
임기직인 총재와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KBO의 '순수' 사무직 직원은 25명, 여기에 차량관리 등의 직원들까지 더하면 30명이다. KBO 직원들은 전원 공채로 선발되며 결원이 생겼을 경우 충원하기 때문에 상시 채용은 없다.
사무직 이외에 ▲심판위원회(37명) ▲기록위원회(14명) ▲기술위원회(9명) ▲규칙위원회(11명) ▲상벌위원회(10명) ▲육성위원회(4명)가 있다. 이들 위원회는 대부분 야구인 출신들로 이뤄졌다.
▲ 총수입 210억원
1년에 KBO에 들어오는 돈은 총 210억원으로 ▲방송 중계권료 100억원 ▲토토 수익금 60억원 ▲타이틀 스폰서 비용 50억원이다. 이 가운데 토토 수익금은 아마야구 육성, 대한야구협회 지원, 대표팀 일부 지원(약 5억원) 등에 쓰이고, 타이틀 스폰서 비용은 8개 구단에 분배된다.
실질적으로 KBO 운영비로 사용되는 돈은 100억원이다. 100억원은 심판위원회, 기록위원회, 경기운영위원 등의 급여 및 활동비로 55억원 정도, 직원들의 급여로 10억원가량(총재, 사무총장 제외) 쓰인다.
나머지 30여억원은 ▲올스타전 등 프로야구 관련 이벤트 ▲기록달성 등 각종 시상 ▲국가대표팀 지원(약 10억원) ▲프로야구 연감 등 각종 인쇄물 발간 ▲중계권료에 대한 광고비 등 각종 사업에 지출된다.
KBO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감사는 KBO가 정한 회계법인이 맡는다. 또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 예산안을 올리기 전 각 구단 관리부서 책임자들이 심의에 참여한다. 나름대로 '감시와 견제'를 위한 장치다. 그렇지만 일반 기업들과 달리 KBO는 수입과 지출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는다.
▲ 분파주의 심화
신상우 총재가 취임한 2006년 4월부터 야구계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KBO부터 학연에 의해 움직인 것이다. 야구계가 특정고교를 중심으로 편가르기를 하자 야구인들간에 반목과 질시는 극에 달했다.
신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9,10 구단 창단 ▲현대 연고지 문제 해결 ▲아마야구 발전 ▲돔구장 건립 ▲지방구장 개선 등을 장담했다. 그렇지만 현대 문제는 오히려 매각 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고, 나머지 공약(公約)들도 대부분 '공약'(空約)에 그쳤다. 야구계가 분열된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KBO 총재는 그동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와 기업인이 맡으면서 한국야구의 흐름을 좌지우지했다.
초대 서종철 총재는 국방부장관 출신이었고, 신상우 총재는 국회부의장 출신의 정치인이다. 역대 10명의 총재 가운데 '민선 총재'는 두산의 구단주였던 박용오 총재뿐이다. 나머지 9명은 모두 '낙하산'이다.
메이저리그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커미셔너를 맡는다. 항공사 부회장 출신인 피터 위버로스는 CEO 출신 커미셔너로 적자에 허덕이던 구단들을 흑자로 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대 매각이 '시장논리'에 막혀 무산된 것을 감안하면 이제 한국도 CEO형 총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