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24일로 꼭 한 달 남았다. 5년 임기 중 60분의 59가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금 모습은 퇴임 이후를 위해 주변을 정리하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크게 다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쪽은 물론,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에게까지 전방위로 전선을 만들고 있다. 왜 이러는 것일까.
가장 큰 목적은 4월 총선에서의 친노(親盧) 세력 보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은 참여정부가 추구해 왔던 것과는 상당 부분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부처주의, 대북ㆍ대미 관계, 교육, 부동산, 각종 규제철폐 등 인수위가 천명한 정책들은 급격한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참여정부의 모든 공적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이는 단순한 참여정부 공적 격하에 그치지 않고 총선에서 친노 세력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노 대통령과 대립했던 손 대표가 신당을 이끌면서 '참여정부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어떤 식으로라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노 세력 입장에서는 한나라당보다 신당의 비판이 더 견디기 힘들다.
퇴임 후 시민으로 돌아가 정부가 잘못하는 일을 비판하겠다고 공언해 온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위한 정지 작업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삼성 특검이 당선축하금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다음달이면 모든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불안한 심리가 지금의 어깃장을 부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전직 청와대 근무자 200여명을 불러 다과를 함께 한 자리에서 "공무원 전체를 개혁의 대상이나 공공의 적으로 삼아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면서 "나는 공직자를 개혁의 주체와 동반자로 대하며 더 많은 일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 "불과 한 달 만에 거꾸로 가는 개편을 해서 도장을 찍으라는데 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 할 일이 남았다. 지금까지 민주주의의 절반을 성취했으니 나머지 절반을 채워가야 한다"며 "친구로서 언제든 (고향인) 봉하마을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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