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결국 ‘나’를 통해서 표현을 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배우 전지현(27)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31일 개봉하는 정윤철 감독의 신작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에서 다큐멘터리PD 수정 역을 맡았다. 주근깨가 훤히 보이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질끈 동여맨 푸석한 머리, 앞니에서 어금니로 담배를 옮겨 무는 품새가 예전에 봐 왔던 전지현과 사뭇 다르다. 성급히 ‘변신’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기자들에게, “에이 그건 아니구요…”하고 말문을 열었다. 슈퍼맨이었던>
“배우는 항상 배역에 맞춰 옷을 입는 거잖아요. 변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시나리오가 좋고, 메시지가 좋고, 감독과 상대 배우(황정민)가 좋으니까… 그런 환경에서 일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이번 영화는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믿는 한 남자가 주인공. 하지만 관객은 이 슈퍼맨을 휴먼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삼는 수정의 시선을 통해 그를 바라보게 된다.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어?”하는 삐딱한 시선은, 점점 그에게 동화되는 촉촉한 눈빛으로 바뀐다. 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엽기적인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더 이상 없다.
“<엽기적인 그녀> 의 이미지를 이제 벗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아직 20대니까,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배우들은 배역과 함께 변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거니까… 20년 뒤에는,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눈빛을 가진 배우가 돼 있으면 좋겠어요.” 엽기적인>
이번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비해 조금 덜 창피했다”는 전지현은, 그러나 아직 자신이 21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누구나 피터팬처럼 항상 나는 몇 살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갖잖아요. 당장 ‘이걸 깨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살면서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더 깊어지면, 배우로서도 더 잘할 수 있겠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잘 할 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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