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얼음을 봤는데….”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5도까지 떨어진 24일, 출근길에 한강 결빙을 목격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한강은 아직 얼지 않았다”고 밝혔다. 왜 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공식 결빙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한강 수계의 중간 지점인 ‘한강대교 노량진 방향 2번과 4번 교각 사이 상류 100m 부근’을 결빙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곳에 얼음이 생겨 물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어야 비로소 한강이 얼었다고 ‘판정’한다. 고개를 갸웃할 법도 하지만, 이 지역이 얼지 않으면 결빙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1906년부터 지난해 겨울까지 한강에 얼음이 얼지 않았던 해는 총 7차례였다. 60년 첫 무결빙을 기록한 이후 71ㆍ72ㆍ78ㆍ88ㆍ91년과 2006년에도 얼음이 생기지 않았다.
앞으로 큰 추위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강은 71~72년 이후 36년 만에 2년 연속 얼음 없는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도 한강 얼음 구경은 힘들어질 것 같다. 한강이 결빙되려면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날이 4, 5일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이런 날씨가 연평균 25~30일에 달하던 50년대와 비교하면 최근 10년 간은 열흘에도 못미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윤원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인구 증가로 인한 도심효과와 생활하수 유입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겨울철 기온이 높아졌다”며 “한강이 언다 하더라도 강표면에 살얼음만 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는 1.5도나 기온이 올라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에 그쳤다. 이와 함께 60년대 말 한강정비사업으로 인공 제방이 생기면서 한강의 유속이 빨라진 점도 얼음 두께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상청은 25일에도 아침 최저 기온이 대관령 영하 21도, 서울 영하 9도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추위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26일 오후부터 점차 풀릴 것으로 보인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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