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은, 지명 자체가 하나의 영감이 되어 탄생한 영화이다. 비밀스러운 빛이라니. 조상들은 어쩌자고 사는 동네에 그토록 시적인 표현을 갖다 붙인 것일까? 그것이 어디 밀양뿐인가. 밀양>
반월(半月)이 그렇고, 대야미(大夜味)가 그렇다. 예전, 신도림(新道林)역을 지나다가, 저 이름은 언제부터 저렇게 지어진 것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1950년대부터라고 되어 있었다.
지하철이 깔리기도 전, 조상들이 견자의 시선으로 그렇게 지었을 수도 있고, 이름에 따라 그곳이 그렇게 변모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은 토당(土堂)동인데, 한때 그 지명 때문에 동네 이곳저곳 사당이 어디 있는가, 자전거를 타고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사당은 찾지 못했지만, 신도시답지 않게 아직 동네엔 논과 밭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현재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단지를 조성한 후, 그곳에 입주한 회사의 상호를 고스란히 동네 지명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세금도 많이 내주니, 고마움의 표현일 것이다.
한데, 조금 세월이 지난 후, 우리 후대들은 과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상호명이 그 사람의 본적이 되면, 그 또한 얼마나 쓸쓸한 일이 될까? 우리가 무슨 반도체에요? 항의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저작권자>
소설가 이기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