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뮤지컬 '나인'에서 카멜레온 황정민, 연기변신 압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뮤지컬 '나인'에서 카멜레온 황정민, 연기변신 압권

입력
2008.01.24 14:53
0 0

22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국내 초연의 라이선스 뮤지컬 <나인> 은 조금 과장해 요약하면 아홉 살에서 정신연령이 멈춘 유아적인 마흔 살 남성의 성적 판타지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982년 초연된 뒤 2003년 리바이벌 공연 때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뮤지컬에 데뷔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작품으로,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이탈리아의 천재 영화감독 귀도 콘티니(황정민)는 예술가로서 창의력의 한계와 부부생활의 위기를 동시에 맞으면서 베네치아의 한 스파로 일종의 도피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자살 소동을 일삼으며 귀도의 곁에 머물고 싶어하는 정부 칼라(정선아)와 참을성 없는 제작자 릴리안(문희경)이 베네치아로 따라오면서 귀도의 압박감은 극에 달한다.

<나인> 의 미덕은 내용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스토리텔링 대신 귀도의 현실과 상상을 한 무대에 그리는 방법을 택했다.

무대 한 편에서 아내 루이사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마치 <오페라의 유령> 의 샹들리에가 내려오듯 무대 중앙에서 커튼을 타고 뚝 떨어진 칼라가 귀도를 유혹하는 식이다. 물론 현실에서 귀도와 함께 있는 이는 루이사다. 칼라의 유혹은 귀도의 상상일 뿐이다.

귀도가 아홉 살 때 창녀 사라기나와의 한 사건으로 성(性)에 눈뜨게 되는 장면을 표현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창녀 사라기나(오은미)를 앞에 두고 아홉 살 귀도와 마흔 살 귀도가 나란히 서서 같은 행동에, 같은 표정을 짓는다.

바로크 오페라부터 샹송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도 일품이다. 뛰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목소리의 노래와 아홉 살 어린 아이의 천진한 표정부터 카사노바, 천주교 추기경 역할까지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다채로운 연기를 종합선물세트처럼 선보인 황정민의 활약도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다만 문제는 지나치게 ‘친절한’ 무대였다. 한국에서 다섯 번째 뮤지컬 연출을 맡은 미국인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은 원작의 독창적인 화법을 한국 관객이 낯설어 하리라는 조바심 때문이었는지 상징적이어야 할 무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런 탓에 귀도의 상상 속의 일부 여배우들은 현실과 의식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듯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철학적 깊이가 돋보이는 원작과 달리 다소 가벼워진 이번 프러덕션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높지만 스크린의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황정민을 4년 만에 다시 무대로 불러들일 정도로 <나인> 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뮤지컬이다. 비슷비슷한 색깔의 뮤지컬에 질린 관객, 또는 황정민의 변화무쌍한 연기가 궁금한 관객에게 권할 만하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나인> 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 로 빅 히트를 기록한 롭 마셜 감독의 지휘로 현재 다시 영화로 제작 중이기도 하다. 3월 2일까지. 1588-5212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