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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제2 대공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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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제2 대공황론

입력
2008.01.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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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눈물을 흘리세요."

1929년 10월 29일 저녁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인들이 통근버스를 타고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도착하자 신문팔이 소년들이 외친 말이다.

이날은 증시 대폭락이 정점에 달한 '비극의 화요일'이었다. 사자 주문은 아예 자취를 감춘채 대부분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주가 표시기가 실시간으로 주가정보를 전달하지 못할 정도였다.

신문팔이 소년의 외침은 비탄에 잠긴 월가 사람들을 위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앞서 '검은 목요일'로 불리우는 24일은 매매 개시 2시간만에 시가 총액 100억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검은 목요일과 비극의 화요일 이틀간 주가는 25%나 폭락했다.

당시 언론들은 좁은 계곡 같은 월스트리트를 따라 울려 퍼지는 울부짖음, 한숨소리, 중얼거림을 전달하느라 바빴다.

'투기 후유증으로 파국이 오고 있다'는 증시 대폭락에 대한 경고음은 그 해 수개월 전에 나왔지만, 낙관론에 묻혀버렸다. 예일대 경제학과 어빙 피셔 교수는 심지어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고원의 경지에 올랐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증시 대폭락 이후 미 경제는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자산가치 하락)을 겪으면서 은행과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등 끔찍한 대공황을 겪게 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 바이러스에 감염돼 신음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들어 234.13포인트(-12.34%, 24일 기준)나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124조원이 날아가 투자자들의 가슴이 타 들어 가고 있다.

세계 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 연방기금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것을 계기로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 경제를 짓누르는 부동산담보대출 부실을 해소하는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세계경제의 동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이 1조달러를 넘는데다, 우량주택담보 대출도 20~30% 썩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들어 대공황 못지않은 재앙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의 문제로 중국, 인도, 러시아는 견실한 성장을 하고 있고, 국제공조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2의 대공황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시장 격언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 실적과 수출이 여전히 괜찮고, 소비와 투자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투매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최고의 애널리스트들도 23일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의 급락장세는 없을 것"이라며 "장기 투자자들은 매수 기회로 삼아라"고 조언했다.

투자의 현인으로 추앙받는 워런 버핏이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우량기업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29년 증시 대폭락을 자택에서 전해들은 당시 미국의 거부 존 D. 록펠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이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을 믿기 때문에 내 아들과 나는 우량한 종목을 사들였다."

경제산업부장 이의춘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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