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수능시험에서 일부 과목을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2학년도부터 과학탐구ㆍ사회탐구 및 제2외국어 중에서 두 과목만 골라 응시토록 하고, 그 다음 학년도부터는 영어과목을 아예 없애고 국가가 주관하는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공계 지망생이 응시하는 과학탐구의 경우 현재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각 1, 2로 되어 있는 8개 과목 중 4개 선택에서 많아야 2개만 보면 된다. 사회탐구도 11개 과목 중 4개에서 최대 2개 선택으로 줄어든다.
그러지 않아도 이공계 학생들의 과학 실력이 떨어져 문제가 큰 판국에 수능시험에서마저 한 두 과목만 보게 한다면 과학 교육 부실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인수위 측은 내신으로 여러 과목을 제대로 배웠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능에서 빠진 과목은 학생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 교육은 현대 사회의 필수 교양 차원에서 인문계 지망생들에게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탐구도 마찬가지다. 세계사를 모르는 등 인문계 학생들의 기본 교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지금도 많은데 달랑 두 과목만 선택하게 만든다면 그 폐해는 대학 교육 과정에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영어다. 수능 영어가 단순히 문제풀이식 시험이라는 진단부터 틀렸다. 토플 토익 식으로 치르면 말하고 쓰는 능력이 올라간다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토플 만점자가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영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면서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을 일부 영어로 강의한다는 얘기까지 나와 어리둥절하다. 대학에서도 잘 안 되는 영어 강의를 초ㆍ중ㆍ고교에서 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영어교사 양성도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계획을 반기는 것은 영어학원들뿐이다. 중차대한 교육과정의 문제들을 의견 수렴도 없이 인수위 몇 사람이 덜렁 발표하는 것부터가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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