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외국기업간에 해빙기류가 뚜렷하다. 새 정부가 외국인 투자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참여정부 기간 중 외국기업에 대해 조세회피와 관련된 공격적 징세로 일관했던 국세청도 외국인 모시기에 나섰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간담회를 가졌다. 양측의 간담회는 이용섭 전 국세청장 재임 시절 이후 4년 만이다.
2004년 론스타 사태가 불거지고, 국세청이 외국계 사모펀드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극도로 껄끄러워졌다. 만남이 자제된 것은 당연한 일. 심지어 간담회 일정을 잡았다가 취소된 적도 있다. 상대를 각각 '공격적 조세회피', '공격적 징세'의 당사자로 몰아붙이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만남은 자못 화기애애했다. 한 청장은 영어로 모두연설을 하고, 실무진에게나 물을 법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AMCHAM 회원들의 질문 16개에 대해 침착하게 답하는 등 외국기업들과 벽허물기에 최대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연설문도 한 청장이 직접 썼다는 후문이다.
AMCHAM도 해후(邂逅)를 기념하듯 월리엄 오벌린 회장 등 회장단 및 소속 기업대표 80여명뿐 아니라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등 다수의 VIP도 참석했다. 의례적인 질문과 답이 오가는 보통의 간담회와 달리 전문적이고 복잡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물었다.
이날 만남은 '친기업적 세정환경 조성'을 기치로 내걸고 경제단체를 순회하고 있는 한 청장의 방침에 따른 것인데, 5개 단체 중 대한상공회의소(14일)에 이어 다른 국내 경제단체 대신 AMCHAM을 두 번째로 택한 건 외국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달라진 세정관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사법처리 유보방침을 정하고, 국세청도 외국기업과 대화에 나섬에 따라 '반(反)외자정서'는 크게 누그러질 전망이다.
한 청장은 이날 "성실납세 외국기업은 세무조사 유예 혹은 면제 등으로 세무간섭 최소화, 세법해석의 명확화, 납세서비스 개선 등 3가지를 추진해 외국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세정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선물보따리도 풀었다.
이밖에 ▦특정납세자가 특정거래를 하기 전 거래의 세무관련 사항을 물으면 미리 답변하는 '세무문제 사전답변제도'(Advance Ruling) 도입 적극 검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불평관리통합시스템' 도입 계획 ▦불량과세 축소 방안 추진 등도 언급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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