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단행한 0.75%포인트라는 기록적인 금리 인하 조치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개막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 연준의 위기 관리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 회장인 스티븐 로치는 “연준이 시장에 굴복하고 말았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는 미래의 위기를 위한 새로운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소비를 지탱해온 버블이 터진 것인데, 연준이 이를 다시 버블을 만들고있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도 “연준이 아주 나쁜 판단을 내렸다”며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데 6~8개월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 인하는 때늦은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막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의 목소리도 높았다. 루비니 글로벌경제 회장인 누리엘 루비니는 “회사채와 자동차 대부의 부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논점은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가 아니라 경착륙의 정도가 얼마나 심할 것이냐다”라고 진단했다.
낙관론의 선봉에 섰던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교수도 “앞으로 미국 경제에 더 많은 고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해 어두운 분위기를 웅변했다.
월가의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의 위기는 주택시장 호황에 뒤이은 불황일 뿐만 아니라 달러를 근간으로 60여년간 이어져온 신용 확대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며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세계 경제의 호황을 뒷받침 해준 미국의 소비지출이 위축될 경우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리들도 “중국 경제가 매우 미묘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아주 나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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